오늘날 세계는 상당부분 제1차 세계대전의 결과물이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패전국이었던 독일제국, 오스트리아 헝가리제국, 오스만 제국이 해체되었고 해당 영토에 있던 수많은 국가들이 독립을 했는데 체코, 폴란드, 발트3국, 핀란드, 유고 등의 유럽국가들과 이라크, 시리아,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등 오스만제국의 영토에 있던 중동지역 국가들이다.
제1차 세계대전은 참가국이나 사상자수나 전투의 규모로 볼때 중심이 되었던 곳은 유럽이었고 전쟁에 대한 연구또한 유럽에서 벌어진 전쟁에 집중되었다.
하지만 전후 현재까지 세계사에 미친 영향을 고려한다면 1차 세계대전의 중심지는 연합국들이 거대한 전리품이라 부르며 군침을 흘렸던, 대시리아라고 불리었던 현재의 이라크, 시리아, 요르단, 레바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그리고 사우디 아라비아 지역인 오스만제국의 영토였던 중동지역일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중 해당지역에서 영국은 프랑스와는 사이크스, 피코 협정을 체결하여 대시리아 지역을 프랑스와 영국의 관할 지역으로 분할하여 지배한다는 계획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협정의 내용과 상반되는 약속들을 거리낌 없이 하는데
영국의 맥마흔과 아랍의 정치지도자 후세인과의 10차례에 걸친 서한인 맥마흔-후세인 서한에서는 전쟁 종료후 통일된 아랍 국가를 세우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하여, 아랍 토착 세력이 오스만제국에 대한 독립 투쟁을 유도하였고,
유대인의 지원을 받기 위하여 벨푸어 선언을 통해 전후 팔레스타인에 유대인 국가 수립을 약속하였다.
이러한 행태는 영국정부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나타나는데, 사이크스 피코 협정이 아랍세계에 알려진 후 아랍세계의 반발을 억누르기 위하여 사실이 아니라고 발뺌하던 사이크스와 피코, 벨푸어 선언으로 악화된 아랍의 여론을 의식하여 유대인 국가를 추진할 의사가 없다고 밝힌 유대인 지도자들이 그들이다.
역사는 승자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목적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당시 최강대국인 영국과 프랑스, 유대인들의 행적을 보면서 국가나 개인의 의도를 알기 위해서는 얼마든지 둘러댈 수 있는 말이 아닌 그들의 행동을 보면서 판단해야 된다고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위와 같은 시대와 공간적 배경아래 네 명의 주인공을 통하여 1차 세계대전 당시 중동지역에서 벌어졌던 사건들을 보여주는데
영국 정보국 소속의 군인으로 당시 영국군중 아랍인들에 대하여 가장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고, 아랍반란을 이끌며 영국군과 아랍반란군의 지도자인 파이살의 가교 역할을 하며 각종 게릴라 전투에 참여했던 토마스 에드워드 로렌스와
석유회사인 소코니의 직원으써 중동으로 파견되어 석유 개발권을 획득하기 위하여 대시리아 지역 각지를 탐사하던 미국인 윌리엄 예일
독일군 정보 장교로써 오스만 제국과 독일의 협력을 주도하고, 영국의 식민지였던 이집트 내에서 반란을 기획하던 쿠르트 프루퍼와
이스라엘에 유대인 국가를 세우고자 중동지역에서 비밀 첩보조직을 이끌던 시온주의자 아론 아론손
이 네명의 주인공들은 각자의 신분과 각 개인의 신념에 따라 충실히 임무를 수행하게 되고, 인접한 지리적 공간에서 활동하면서 평행과 교차를 반복하는 이들의 행적을 통해서 1차 세계대전 당시 중동의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이 책의 제목이자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한 로렌스는 영국인임에도 일관되게 아랍인의 관점에서 아랍의 진정한 독립을 위해서 노력하였지만 역사의 흐름을 개인이 바꿀 수는 없었다, 로렌스는 영국정부의 위선과 기만 그리고 자신의 노력에 대한 결과의 허탈함, 자신의 무기력함에 좌절하게 되고 이때문이었는지 전후 고위 직책을 거부하고 사병으로 입대하는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여준다.
이 책은 영국인의 관점에서 서술하였기 때문에 당시 위선적이었던 영국 정부의 정책을 사이크스 개인의 일탈로 표현하고 있고 아랍이나 터키인들을 폄하하여 표현하는 내용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1차 세계대전중 중동지역에서 벌어졌던 사건들의 흐름과 내막을 비교적 자세히 이해할 수 있게 해주며, 강력한 통일된 아랍국가를 원치 않았던 영국에 의해서 분할된 현재 중동의 국경선과 그 지역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들에 대한 이해의 단초를 제공하여 준다.
[아라비아의 로렌스 본문에서]
이 모든 결과가 유럽인의 심리에 끼친 영향은 대단히 심각했다. 전쟁을 앞두고 느꼈던 희열은 충격으로 바뀌었고, 충격은 다시 공포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끊임없는 대살육이 펼쳐지자 결국엔 무기력한 절망에 빠지고 말았다. 유럽사람들은 이 과정에서 자신들의 사회에 대한 근분적인 문제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이 깨달은 것 가운데 하나는 이번 전쟁이 그 어떤 식의 고상한 정당화와 정치적 선전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유럽 왕족의 가정불화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다. 말하자먼 제1차 세계대전은 온갖 허울로 포장한 집안싸움의 확장판이며, 유럽의 왕과 황제들이 충직한 신민들의 시체를 산더미같이 쌓아 올린 뒤 그 위에 올라 해묵은 불만과 개인적 모욕감을 해소하눈 중이라는 사실을 간파한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사실 관계는 중요치 않았다. 전시에는 사람들로 하여금 믿게 만드는 바로 그 내용이 곧 '진실'이다. 제말 파샤는 적들에게 사실을 밝혔지만, 중동 역사를 뒤바꾼 것은 '진실' 이었다. 결국 1917년에 야파를 무대로 삼았던 허구는 팔레스타인 내 유대인 공동체가 무슬림 치하에서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서는 자기들만의 국가가 필요하다는 주장의 모태 신화로 자리 잡게 되었다.
팔레스타인에 유대인 국가를 세우고자 한다면 무력을 동원해야만 합니다. 그 나라를 지키는 것 역시 무력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입니다. 압도적 다수의 인구가 그들에게 적대적이기 때문입니다. -로렌스-
누가 시리아를 차지하건 간에 명심할 것이 있다. 순수 토착 세력으로 정부를 구성하면 제대로 하는 일은 별로 없겠지만, 분명 이들은 발전할 것이다. 본인은 유능하나 현지인에게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는 유럽인 관료보다 훨씬 더 실질적인 진보를 이룩할 것이다. -사이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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