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찮은 독서

[과학 추천도서]코스모스(칼 세이건)

1980년에 출간된 이 책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과학책이라고 한다. 그러한 명성에 걸맞게 수준높은 내용과 더불어 기대하지 않았던 인문학적 성찰을 하게 만드는,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깊이있는 과학책이라는 타이틀이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지구로부터 100억 광년 떨어진 거리까지 별이 있는 우주,
4천억개의 별을 가지고 있는 우리 은하,
그리고 그러한 규모의 은하가 수천억개가 있는
우주는 광대한, 광막한, 무한한 등등 인간이 쓰는 단어로는 표현하기도 힘든 시공간이며, 인간의 상상력으로도 쉽게 가늠할 수 없는 세상이다.

저자는 이렇게 비현실적인 공간이며 우리와 무관할 것만 같은 우주와 우리의 관계를 인류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통하여, 진화론과 물리학과 화학과 분자생물학을 통하여, 우주의 탄생과 확장을 통하여 설명하고 있고,

이를 통해 우주적인 관점에서 먼지와도 같이 작고 찰나밖에 살수 없는 인간들인 우리가 넓은 시야를 가지고 작은 차이에 연연하지 않으며 살아가야 할 철학적인 방향을 제시하여 준다.



원자적 관점에서 우리 인간의 구성물질은 우주에서 왔으며, 그것의 구성 성분과 다르지 않으며

원시 지구에서 생명이 탄생하고 진화하여 현재의 인류가 존재하듯, 우주와 별들도 마치 인간이 진화하듯 탄생과 진화와 소멸을 거치고 있고,

수없이 넓은 우주공간과 별들중 어느 곳인가에는 생명체가, 우리보다 고도로 발달한 문명을 지닌 생명체가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지극히 합리적인 추론을 통해서,

넓은 우주에서 작은 점에 불과한 지구, 그 지구의 한귀퉁이에서 살면서도 끝없는 욕심으로 인한 분쟁을 일삼는 인간들의 이기심과 혐오를 경계하고 언젠가는 만나게 될, 머나먼 다른 행성에서 살고 있을 생명체와의 만남을 위한 준비를 해야 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설명과정에서 저자는 우주를 향한 인류의 무한한 탐구정신과 그 역사의 과정에서, 과학사의 한 획을 그은 아리스타르코스와 케플러, 하위헌스와 뉴턴등의 빛나는 업적을 돌아보고,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전파대역을 활용한 거대한 전파망원경으로 천문 관측을 하고, 보이저 1,2호를 통해서 태양계의 행성들을 탐험하는 현재의 천문학을 소개하고, 빛의 속도로 성간여행을 하게될 앞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에 대하여 무한한 상상력을 불러 일으켜준다.

또한 알기 쉬운 설명으로 우주의 탄생과 빅뱅, 우주의 확장, 태양과 태양계의 각 행성에 관한 지식, 그리고 별들이 탄생에서 소멸하는 과정,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인 초신성과 블랙홀, 그리고 엄청난 에너지의 퀘이사 등의 천문학적 지식은 이 책을 읽게 됨으로써 얻게되는 또 하나의 소득이다.




[코스모스 본문에서]
따지고 보면 나 칼 세이건은 물, 칼슘 그리고 각종 유기 분자들로 이루어진 하나의 커다란 덩어리이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도 나와 거의 동일한 분자들로 구성된 집합체이면서, 단지 나와 이름만 다를 뿐이다. 그러나 이것을 전부라고 하기에는 어쩐지 이상하다. 분자가 나의 전부란 말인가?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생각이 인간의 존엄성을 해친다고 언짢아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나는 우주가 분자들로 구성된 하나의 기계를 인간과 같이 복잡 미묘한 존재로 진화하게끔 허용했다는 사실에 기분이 고양된다.

지금으로부터 수십억 년 후 어느 날 지구는 최후의 날을 맞게 될 것이다. 태양은 점점 더 붉게 변하면서 팽창하고 지구에서는 남,북 양극 지방조차 땀이 뻘뻘 흘러내리는 더운 날씨로 변하기 시작할 것이다. 남극과 북극의 빙산이 녹아서 해수면이 높아지고 해안 지대는 바다 속으로 점점 더 깊이 잠겨 들어간다. 바닷물의 온도가 상승하므로 대기 중에는 수증기의 함량이 증가하고 구름의 양이 많아진다. 이 구름 덕에 태양의 빛을 어느정도 차단할 수 있게 된다. 그 덕택에 최후 심판의 날이 도래하는 것을 잠시 늦출 수야 있겠지만, 시시각각 다가오는 최후의 순간은 면할 길이 없다. 지구의 사정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태양은 자신의 진화 과정을 어김없이 밟아 간다. 바다가 끓어 올라 물이 모두 증발하고 그 다음 대기마저 완전히 증발하여 사라지면, 우리의 상상력으로는 예상할 수 있는 최악의 재앙이 행성 지구를 뒤덮는다.

생명의 기원과 진화는 별의 기원과 진화와 그 뿌리에서부터 서로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은하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중력의 법칙과 각운동량 보존 법칙이 우주 어디에서든지 그대로 성립하기 때문이다. 중력 법칙과 각운동량 보존 법칙은 지상에서는 물체의 낙하 운동과 피겨스케이트 선수의 회전 묘기도 지배한다. 지구라는 미세한 세상에서 성립하던 이 두 법칙이 거대한 천상 세계에서도 그대로 성립하여 은하의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이다.

우주의 저 광막한 암흑의 심연에는 우리 태양계보다 더 젊거나 늙은 별과 행성 들이 수없이 많이 존재한다. 아직 확신할 수는 없지만 지구에 생명이 태어나서 지적 능력을 갖추기까지 있었던 일련의 진화 과정이 코스모스 도처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우리 은하수 은하 하나만에도 100만개의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 거기에서는 우리와 전혀 다른 모습의 지적 존재들이 살면서 우리보다 훨씬 앞선 기술 문명을 키우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구라는 특정 지역에서 일어난 물질 진화의 산물이다. 150억년의 긴 세월을 거쳐 결국 물질은 의식을 갖추게 됐다. 그러나 의식의 산물인 지능은 인간에게 무서운 능력을 부여했다. 인간이 자기 파멸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헤를 갖춘 현명한 존재라고 아직은 확신할 수 없지만 많은 이들이 이러한 파국을 피하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중이다. 우주적 시간 척도에서 볼 때 지극히 짧은 시간이었겠지만 우리는 어서 지구를 모든 생명을 존중할 줄 아는 하나의 공동체로 바꿔야 한다. 그리하여 지구상에서 평화를 유지하는 한편, 외계 문명과의 교신을 이룩함으로써 지구 문명도 은하 문명권의 어엿한 구성원이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