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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찮은 독서

[추천도서]제왕들의 기록'사기본기'(사마천)

9월에 진시황을 여산에 안장했다. 진시황은 막 제위에 올라 여산을 뚫어 다스렸고 천하를 통일하여 전국에 70만 명을 보내 이주시켜 땅을 깊이 파게 하고 구리물을 부어 틈새를 메워 외관을 설치했으며, 궁관, 모든 관원, 기이한 기물, 진귀하고 특이한 물건들을 만들어 운반해서 가득 보관하게 했다. 기술자에게 자동으로 발사되는 활과 화살을 만들도록 명하여 그곳에 접근하여 파내려는 자가 있으면 즉시 발사되게 했다. 수은으로 온갖 내, 큰 강, 넓은 바다를 만들어, 기계에 수은을 집어넣어 흐르게 했다. 위로는 천문(天文하늘의 형상)을 갖추고 아래로는 지리(地理땅의 형상)를 갖추었다. 사람 모양의 물고기 기름으로 초를 만들어 오랫동안 꺼지지 않도록 미리 계획했다. 이세황제가 말했다.
"선왕의 후궁들은 자식이 없는 자라 하여 밖으로 내보내는 것은 마땅하지 않다."
모두 따라서 죽으라고 명하니 죽은 자가 매우 많았다. 매장이 끝나자 어떤 사람이 말했다.
"기술자들은 기계와 숨겨진 보물을 모두 알고 있으니 숨겨진 보물들은 바로 누설될 것이다."
상례가 끝나고 보물들도 이미 매장되자 묘로 통하는 길의 가운데 문을 폐쇄하고, 묘로 통하는 길의 바깥문을 내려 기술자와 노예들이 나오지 못하게 다 가둬 다시는 나오는 자가 없었다. 풀과 나무를 심어 묘지가 산과 비슷하게 했다.
[진시황 본기 본문에서]

항우는 동쪽으로 가서 오강을 건너려고 했다. 오강의 정장이 배를 강 언덕에 대고 기다리다가 항왕에게 말했다.
"강동은 비록 좁지만 땅이 사방 1000리이며 백성들 수가 몇십만이니 왕 노릇 하기에 충분합니다. 대왕께서는 서둘러 강을 건너십시오. 지금 오직 저에게만 배가 있어 한나라 군대가 도착해도 건널 수 없습니다."
그러자 항왕이 웃으며 말했다.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하는데 내가 무엇 때문에 강을 건너겠는가? 나 항적이 강동의 젊은이 8000명과 함께 강을 건너 서쪽으로 갔는데, 지금 한 사람도 돌아오지 못했거늘 설사 강동의 부모와 형제들이 나를 불쌍히 여겨 왕으로 삼아 준다 해도 내가 무슨 면목으로 그들을 보겠는가? 설령 그들이 말하지 않는다 해도 나 자신이 마음에 부끄러움이 있지 않겠는가?"
그러고 나서 정장에게 말했다.
"나는 그대가 장자임을 알겠다. 내가 이 말을 탄 지 다섯 해째인데,, 맞설 만한 적이 없으며 하루에도 1000리를 달려 차마 이 말을 죽일 수 없으니 그대에게 주노라."
그러고는 기병들에게 모두 말에서 내려 걷게 하고 자신은 짧은 무기만을 들고 싸움을 벌였다. 항왕 혼자서만 죽인 한나라 군대가 수백 명이었다. 항왕의 몸 또한 10여군데 부상을 입었다. 항왕이 한나라의 기사마(기병대장) 여마동을 돌아보며 말했다.
"너는 내 옛 부하가 아니더냐?"
여마동이 외면하고는 왕예에게 항우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사람이 항왕입니다."
"내가 듣건데 한나라가 내 머리를 1000금과 1만 호의 읍으로 사려고 한다니 내 그대를 위해 덕을 배풀겠다."
이에 스스로 목을 찔러 죽었다. 왕예가 그 머리를 취하고, 나머지 기병들이 서로 짓밟으며 항우의 몸뚱이를 차지하려 싸우다가 서로 죽인 자가 수십 명이었다. 마지막에는 낭중기 양희, 기사마 여마동, 낭중 여승과 양무가 각각 하나씩 차지했다. 다섯 사람이 차지한 몸을 모두 맞춰보니 과연 틀림없었다.
[항우 본기 중에서]

 



사기는 제왕들의 역사인 본기本紀와 봉건 제후들의 이야기인 세가世家, 그리고 왕과 제후들을 위해 일했던 인물들의 사적을 기록한 열전列傳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사기 본기는 제왕들의 전기적 사실을 기록한 책으로 중국 고대사부터 한나라 무제까지 약 2600년에 걸친 역사를 다루고 있으며 12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설과 신화로 여겨지는 오제시대와 하나라를 다룬 오제본기, 하본기부터 시작하여 구체적으로 고증된 왕조인 은나라에 대한 기록인 은본기, 그 이후 주나라에 대한 기록인 주본기, 진나라에 대한 진본기 까지는 나라 이름이 제목으로 쓰이고 해당 나라의 흥망성쇠를 기록하였고, 그이후 진시황, 항우, 고조, 여태후, 효문, 효경, 효무 본기는 제왕들의 행적을 기록하였다.

역사서는 반드시 서술의 근거가 있어야 하는 원칙을 지키기 위하여 사마천은 황가에 소장되어 있는 도서나 문서를 열람하였고(사마천이 열람한 책은 모두 103종으로, 육경을 비롯한 서적이 24종, 제자백가서가 52종, 역사 지리 및 한나라 왕실의 문서가 20종, 문학서가 7종 이다), 금석문과 문물, 회화, 건축 등에서 자료를 찾았으며, 역사의 현장에 실제 방문을 하여 일반백성의 말이나 전해 내려오는 전설을 수집하여, "천하에 흩어져 있는 옛 소문을 망하한다"라는 원칙에 충실했다.

오늘날까지 사기가 읽히고 중국의 뿐 아니라 동아시아에서 가장 훌륭한 역사서로 남게 된 이유는 방대한 역사적 자료를 수집하고 그를 바탕으로 사실적으로 집필하였고, 역사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만 서술하지 않고 사마천 자신이 그들의 행동에 대해 느낀 바를 날카롭게 지적하였으며, 진시황제, 항우, 유방등 인물들의 결점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심리적 갈등에 대한 묘사가 탁월하여 흔하지 않은 고대 역사의 실체와 읽는 재미를 겸비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오늘날에 도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진리를 담고 있어서가 아닐까 라고 생각해 본다.

이 책에서 특히 진시황 본기와, 항우 본기, 고조 본기는 상당히 재미있고 역사적 상식을 넓히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사기 본기 간단 목록
[오제 본기] 오제란 황제, 전욱, 제곡, 요, 순등 중국 고대의 전설에 나오는 다섯 제왕을 일컫는다.
[하 본기] 하나라는 전설속의 오제 시대와 역사적으로 실증된 은나라의 중간에 해당하는 시기로 신화에서 역사로 넘어오는 과도기에 해당한다.
[은 본기] 은나라는 중국 역사 문헌과 은허에서 출토된 유적등에서 구체적으로 고증된 왕조로써 약 600년동안 존속하였다.
[주 본기] 주나라는 무왕에 의해 건국된후 진나라에 편입되기까지 중국 역사에서 가장 오래 존속(약 800년)한 왕조로써 사마천은 사실적 자료에 기반해서 주 본기를 기록하였다.
[진 본기] 진나라는 서쪽에 위치한 이적의 땅으로 불리던 작은 나라에서 통일 국가를 이룬 진시황 이전의 진나라에 대해 기술되었다.
[진시황 본기] 진시황 일생의 공과를 상세하게 밝히고, 진나라의 천하통일 과정과, 시황제의 죽음, 그리고 시황제의 손자 자영이 항우에게 죽임을 당하고 멸망하는 과정이 기록되어 있다.
[항우 본기] 항우가 진나라를 멸망하고 유방의 군대에 포위되어 죽는 과정까지 기록되어 있다.
[고조 본기] 한나라 고조 유방이 항우의 초나라와 싸워 이기고 한나라를 세우는 과정이 기록되어 있다.
[여태후 본기] 유방의 정식 황후인 여태후가 고조 사후 권력을 장악하고, 여씨 일족이 멸망하는 과정이 기록되어 있다.
[효문 본기] 유방의 넷째 아들이자 한나라 5대 왕인 효문황제에 대한 기록.
[효경 본기] 한나라 6대 왕인 효경황제에 대한 간락한 목록.
[효무 본기] 중국 역대 황제 가운데 위대한 인물로 평가 받으며, 가장 강성한 국가를 이룩한 무제에 대한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