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찮은 독서

[추전도서]제후국의 흥망성쇠'사기세가'(사마천)



사기는 중국의 상고시대부터 이전부터 한나라 7대왕인 무제시대까지의 약 2천년 동안의 제왕들과, 봉건제후들, 그리고 뛰어난 인물들에 대한 책이며, 형식과 내용은 한국과 일본등 동아시아의 역사서 편찬과 역사 인식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사기에서 사마천은 역사적 인물의 언행과 행적 속에 당시 사회 구조와 제반 현실에 대한 담론을 담았고, 세가에서도 각 인물의 언행과 행적을 중요한 사건 중심으로 시대순으로 서술하고, 그 인물과 사안에 대한 자신의 독창적 의견을 덧붙여 제시하고 있다.

사마천은 사기를 쓰기 위해 황실에 소장되어 있는 도서나 문서를 열람하거나 직접 답사하였고 심지어 해당 인물을 만나거나 인물들의 고항을 방문하여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가면서 자료를 수집하었다. 너무나 열악한 상황에서도 수많은 자료를 광범위하게 수집하여 철저히 검토하고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정리하였고, 불분명한 사건들은 믿을 만한 것은 믿는 대로 의심스러운 것은 의심나는 대로 전하는 태도를 취하면서 제한된 사료를 추적하였다.

사기는 제왕들의 역사인 본기本紀와 봉건 제후들의 이야기인 세가世家, 그리고 왕과 제후들을 위해 일했던 인물들의 사적을 기록한 列傳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세가는 본기와 열전 사이에 놓여 있어 양자 간의 매개 역할을 한다.

사마천은 세가를 지은 이유에 대해 "이십팔수는 북극성을 돌고, 서른 개의 바퀴살은 한 개의 바퀴통을 향하여 끝없이 돈다. 보필하는 팔다리 같은 신하들을 이에 비유하여 충신으로서 도를 행하여 군주를 받드는 모습을 30세가로 지었다"라고 하였다.

사기의 주인공들은 주로 춘추전국 시대 인물이 가장 많고 한나라 초기의 인물들도 다수 등재되었는데, 사기세가에서는 춘추 시대에 해당되는 편으로 오태백 세가, 제 태공 세가, 노 주공 세가, 연 소공 세가, 관,채 세가, 진,기 세가, 위 강숙 세가, 송 미자 세가, 진 세가, 초 세가, 월왕 구천 세가, 정 세가 등 12편이며, 전국 시대는 조 세가, 위 세가, 한 세가, 전경중완 세가 등 4편을 다루고 있고 한나라 초기 시대를 반영한 외척 세가, 초 원왕 세가, 형,연 세가, 제 도혜왕 세가, 소 상국 세가, 조 상국 세가, 유휴 세가, 진 승상 세가 강후 주발 세가, 양 효왕 세가, 오종 세가, 삼왕 세가 등 12편, 그리고 사마천의 관점에서 역사적인 영향력의 크기에 따라 삽입된 것으로 보이는 공자세가, 진섭세가 두 편으로 구성되어있다.

사기세가의 내용은 열전과 마찬가지로 주요 인물들을 표현할 수 있는 상징적인 사건들과 대화로 압축되어 있으며 춘추전국 시대의 혼란 속에서 주요 인물들의 행적 및 각 제후국의 흥망성쇠와, 한나라 초기 개국공신들과 왕실의 가족들의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다.

특히 우리가 일반적으로 강태공으로 알고 있는 제 태공 세가는 70이 넘도록 곤궁하게 살다가 말년에 공을 세워 성공한다는 이야기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노 주공 세가에서의 주공은 충신의 대명사로 쓰이고 있고, 어려움에도 포기하지 않고 끝내 복수를 이뤄내는 구천과 범려의 이야기를 담은 월왕 구천 세가는 조선시대의 많은 선비들도 인용하고 교훈으로 삼은 대표적인 이야기라고 하겠다.

2000년이 넘게 지난 역사서가 오날에까지 수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우리에게 삶의 교훈과 지혜를 주는 이유는 우리가 사는 정치체제나 경제여건, 기술발전과는 관계없이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에는 어디서나 항상 존재하는 본질적인 인간의 행동양식과 본능을 이 책에서 꾸밈없이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참고 : 춘추시대와 전국시대
춘추전국시대란 주나라의 동천(BC707년) 이후 진나라의 전국 통일시기까지를 일컫는다.
춘추 시대와 전국 시대 경계는 춘추 시대에 열국의 강국 진(晋)이 조, 위 한 3국으로 분열해서 동주가 정식으로 승인한 기원전 403년까지로 잡는 게 보통이다.
중국의 고대 춘추 시대 제후 간 회맹(會盟)의 맹주를 춘추오패(春秋五覇)라 하는데, 제(齊) 환공, 진(晉) 문공, 초(楚) 장왕, 오(吳) 합려, 월(越) 구천이 있다.

전국시대는 기원전 400년대에 주나라 천자의 권위가 심각하게 실추되고 제후국에 대한 미약한 통제력마저 완전히 상실한 시기부터 진나라의 통일시기 까지를 일컫는다. 춘추 시대에는 나라의 제사를 끊으면 나라의 조상으로부터 저주받는다고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나라를 점령해도 완전하게 멸해 버리는 일은 그만큼 많지 않고, 또 멸망해도 부흥하는 것이 흔한 일이었다. 전국 시대에 들어가면 용서가 없어져, 한번 전쟁에 지는 일은 나라의 멸망에 직접 연결되었다. 그러한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점차 7개의 대국들이 강자로 부상되어 갔다. 흔히 사기의 육국연표에 있는 8개 나라중 천자국 주나라를 뺀 7개의 나라를 기준으로 전국칠웅(戰國七雄)이라고 부른다. [진(秦), 조(趙), 위(魏), 한(韓), 제(齊), 연(燕), 초(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