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찮은 독서

[추천도서]폭풍의 언덕(에밀리 브론테)

우리는 그 주위에 모여 섰답니다. 캐시 아가씨의 머리 너머로 들여다보니, 그것은 누더기를 걸친 새카만 머리의 더러운 아이였어요. 걸을 수도 있고 이야기할 수도 있을 만큼 큰 아이였습니다만, 정말 그 아이의 얼굴은 캐서린 아가씨보다도 더 나이 먹어 보였지요. 그런데도 세워놓으니까 주위를 빤히 둘러보면서 아무도 알아듣지 못할 이상한 말만 되풀이했어요. 저는 겁이 났고, 언쇼 마님도 창밖으로 그 아이를 당장이라도 내던질 개세였어요. 마님은 정말 펄펄 뛰시면서 집에도 먹여 살려야 할 아이들이 있는데 그 집시 자식을 어떻게 집에 데려올 생각이 들었느냐, 그 아이를 어쩔 작정이냐, 미쳤냐고 따지셨어요.
주인어른은 사정을 설명하려고 하셨지요. 하지만 그분은 정말 피로해서 거의 죽을 지경이었고 마님은 딱딱거리고 계셔서, 제가 알아들을 수 있는 이야기는 이것뿐이었습니다. 언쇼 어른께서는 리버풀의 거리에서 그 아이가 먹을것도 집도 없이, 게다가 벙어리처럼 발도 못 하는 것을 보고는 누구네 아이냐고 물어보셨데요. 하지만 누구 아이인지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여비도 넉넉지 않은 데다 시간도 부족해서 거기에서 허튼 돈을 쓰기보다는 빨리 집으로 데려오는게 낫겠다고 생각하셨대요. 그 아이를 발견한 이상 내벼러 두고 올 생각은 도저히 나지 않으셨다더군요.
[폭풍의 언덕 본문에서]



이 장면은 이 소설의 비극의 시작되는 장면이다.

언쇼 어른은 길에서 데려온 히스클리프를 한집에 키우게 되는데

나이가 비슷한 이 집안의 딸인 캐서린과 같이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사랑이 싹트게 된다.

하지만 캐서린이 현실적인 이유로 이웃에 살고있는 귀족인 에드거린튼과 결혼하고

이집의 장남인 언쇼는 히스클리프를 학대한다.

결국 언쇼와 린튼 두 사람을 초함하여 두집안 모두가 히스클리프의 복수의 대상이 되고 히스클리프의 처절한 복수가 실행된다.

하지만 돌고도는 세상의 이치인지 아니면 인과응보의 결과인지는 모르겠지만, 복수를 완성한 히스클리프는 삶의 목적을 잃고 정신착란에 빠진다.

결국 스스로 자신을 학대하여 먼저 죽은 캐서린의 뒤를 따라서 스스로 죽음을 재촉한다.

다소 기괴한 분위기의 비극이다.



30세에 요절한 에밀리브론데의 유일한 장편소설인 이 작품은 히스클리프의 진정한 사랑, 광기어린 복수, 엽기적인 집착이 모두 느껴지지만,

일방적인 사랑이 아니라 캐서린 또한 히스클리프를 매우 사랑했고,

현실에서 결합되지 못했던 둘음 마침내 죽어서 유령이 되어서 둘은 만나게 된다.

음침한 분위기,
비정상적인 인물들과 스토리,
황량한 풍경이 떠오르는

이 책은 비극에 익숙하지 않은 나같은 사람에겐 매우 생소하다.

하지만 온전히 두 주인공인 히스클리프와 캐서린만을 떠올린다면 잘못된 만남 같은, 그래서 안타까운 이야기였다.



이 작품은 누가 지정했는지는 모르지만 영문학의 3대 비극으로 알려지고 있으며,(영문학 3대비극 세익스피어 리어왕, 멜빌 모비딕, 에밀리브론테 폭풍의 언덕) 영국의 작가인 서머싯 몸은 이 작품을 세계 10대 소설로 꼽으면서 다음과 같은 해설을 하고 있다
"폭풍의 언덕은 다른 어떤 저작과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만약 비교하기로 한다면 엘 그레고의 그림이 하나 있을 뿐이다. 우뢰 구름이 두텁게 하늘을 닾고 있는 음산하고 황량한 풍경 속에서 키가 크고 수착한 사람들 몇이 너나 할것 없이 자세를 꾸부리고 으스스한 느낌에 사로잡혀 숨을 죽이고 있는 그림. 한 줄기 번개가 하늘을 가로지르는 것이 그 광경에 이상야릇한 무서운 느낌을 주는 그러한 그림이 하나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