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엾은 목사가 숨을 거둔 처형대는 헤스터 프린이 살고 있던 해변의 오두막집과 마찬가지로 두려운 존재가 되었다. 어느날 오후 이 오두막집 가까이서 아이들이 놀고 있을 때 회색옷을 입은 키가 큰 여자 하나가 그 집으로 다가가는 모습이 보였다. 지난 몇 해 동안 이 오두막집 문은 한번도 열린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 여자가 자물쇠를 열었는지, 아니면 썩은 나무와 쇠붙이가 그녀의 손에서 부서졌는지, 그것도 아니라먿 그림자처럼 이런 장애를 뚫고 미끄러져 안으로 들어갔는지, 어쨌든 그 여자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 여자는 문지방에서 걸음을 멈추고 나서 반쯤 뒤를 돌아다보았다. 아마 혼자서, 더구나 전혀 달라진 모습으로 그토록 강렬한 삶을 살았던 그 집으로 들어간다는 생각이 견딜 수 없이 슬프고 처량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슴 위에 달고 있는 주홍 글자르보일 만큼으긴 시간이었지만 그녀가 망설인 것은 한 순간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하여 헤스터 프린은 다시 이곳에 돌아와 오랫동안 버려 두었던 치욕을 다시 되찾았다!"
[주홍글씨 본문에서]
이책은 17세기 개척시대 미국 사회의 분위기를 충분히 느끼게 해주는 책으로 그 당시 청교도의 극단적인 엄격함과 가혹한 규율 그리고 금욕을 추구하는 사회에서의 용서받지 못할 범죄를 저지른 한 쌍의 남녀에 대한 이야기이다.
등장하는 주요인물은 네 명으로, 미혼중 임신이라는 당시인들에게 용서받지 못할 죄로 인하여 평생을 속죄하며 봉사하는 헤스터
해스터의 상대방으로써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지만 크나큰 죄책감으로 서서히 죽음에 이르는 목사 딤스테일
두사람에 대한 복수가 인생의 목적이 되어버린 어쩌면 가장 큰 피해자일 수 있는 헤스터의 남편 칠링워스
그리고 어른들과 사회의 복잡한 관계와 상관없이 순수하게 자라나며 새로운 희망을 상징하는 듯 한 헤스터의 딸 펄이며
비교적 단순한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다.
목사 딤스테일과 수년째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나리며 살고 있는 헤스터 사이에 펄이라는 아이가 태어나고, 당시로써는 용서받지 못할 죄를 지은 헤스터는 사회로부터 모진 시련을 당한다. 한편 아이의 아빠인 딤스테일의 정체를 끝까지 헤스터는 함구하지만, 수년만에 집으로 돌아온 헤스터의 남편인 칠링워스는 모든 상황을 눈치채게 되고, 딤스테일 목사는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서서히 죽게 되는 내용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각종 기사나 칼럼에서 주홍글자라는 말은 마치 마녀 혹은 범죄의 낙인 비슷한 어두운 의미의 고유명사로 씌어졌고 나 또한 그렇게 인식해왔었다. 하지만 주홍글자는 그런 의미가 아닌듯 하다.
가혹하고 잘못된 규율에 의해 사회적 약자인 외로운 여성이 억압받고 경멸의 대상이 되었으나
그러한 사회적 낙인에도 불구하고 도피하거나 굴복하지 않고 평생동안 참회하고 부당한 현실을 꿋꿋이 이겨내어 결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게되는 주인공인 헤스터 처럼,
주홍글자란 의미는 앞으로 온갖 사회적 억압과 편견을 장면으로 맞서 이겨낸 진정한 용기의 의미로 씌어야 할 듯 하다.
민음사 책에는 마지막 파트에 '세관'이란 소제목으로 서문이 있는데 이야기의 순서는 '세관'을 읽고 본문을 읽는것이 맞지만, 본문 첫 부분이 흡인력이 상당히 강하여 의도적으로 '세관'부분을 뒤로 뺀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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