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하의 집안이 척리(임금의 외척)가 되면 임금의 은총이 따르고, 은총이 따르면 집안이 흥성하게 되며, 집안이 흥성하면 재앙을 부른다. 내 집안이 부마도위의 자손으로서 대대로 나라의 은혜를 무한히 입었으니 나라를 위하여 끓는 물이나 뜨거운 불인들 어찌 사양하리오. 그러나 세상을 모르고 글이나 읽던 선비가 하루아침에 왕실의 외척이 되었으니 이것은 복의 징조가 아니라 화의 기틀이다. 오늘부터는 두려워 죽을 곳을 모르겠노라."
[한중록 본문에서]
위글은 혜경궁 홍씨의 아버지인 홍봉한이 혜경궁홍씨가 세자빈에 간택된 직후 딸에게 가르치며 한 말이다.
권력은 시기와 질투를 부르므로 자신이 아무리 올바르게 처신하여도 적을 만들수 밖에 없는 만고의 진리를 홍봉한도 잘 알고 있었다.
이 책은 네편으로 이루어져 있고 저자인 혜경궁홍씨가 각기 다른 시기에 과거를 회상하며 집필하였고, 각 편을 쓸 때 다음편을 계획하에 쓴것이 아니어서 중복되는 내용이 있고 집필 당시의 상황에 따라 같은 사건에도 감정의 차이가 느껴진다.
1편은 회갑이 되는해인 1796년(정조 19년)에 쓰여졌으며 주로 어려서부터의 성장과 집안환경 간택과정이 담겨있고
2편은 67세인 1801년(순조 1년) 3편은 68세인 1802년(순조 2년)에 씌였으며 주로 친정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내용이다
마지막 4편은 71세인 1805년(순조5년)에 씌어졌으며 사도세자의 탄생부터 성장과정 그리고 임오화변을 당하게 되는 과정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혜경궁 홍씨는 청렴하고 강직하고 학식이 있고 예를 아는 집안에서 태어나 교육 받았고, 이 책에서는 그러한 그녀의 성품이 그대로 전달된다.
그녀의 가족들도 기품있는 선비의 자질을 갖추었으나 권력싸움에서 밀려난 집안은 기울게 되고 결국 작은 아버지인 홍인한과 둘째동생 홍낙임이 각각 정조와 순조시기에 사사되게 된다.
혜경궁홍씨의 세자빈 간택은 본의 아니게 집안이 권력의 중심에 서게 됨으로써 결과적으로 집안의 화가 되었고 이것을 자신의 탓이라 생각하는 혜경궁홍씨는 한많은 한평생을 살게된다.
혜경궁 홍씨는 10세에 궁궐에 들어와 남편이 시아버지에게 죽임을 당하는 참담하고 비통한 일을 겪는다. 일부 역사가들은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그녀가 남편대신 집안과 노론을 택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그런 평가가 옳은지는 의문이 든다. 어쨌든 남편 사후에는 실낱같은 목숨을 붙들고 자식의 장성을 위해 모든것을 바치게 된다.
기나긴 기다림 끝에 정조가 즉위하고 억울하고 비통한 과거에 대한 한을 한때 보상받는듯 했지만 또다시 자식을 먼저 보내고 집안은 기울며 궁궐에서도 따돌림을 당하는 비참한 말년을 보내게 된다.
이 책을 통해서 조선의 마지막 황금기에 가장 화려해하 할 자리에서 가장 비참하게 살다간 이름도 혜경궁 홍씨로만 알려진 한 여인의 서러운 삶을 알게되고 기억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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