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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찮은 독서

[추천도서]유전자의 내밀한 역사(싯다르타 무케르지)

 
19세기 중반 발표되었으나 잊혀졌던 멘델의 유전법칙은 20세기초 재발견으로 유전정보의 특성과 내용을 이해하려는 과학적 탐구가 촉발되었고 이후 유전학은 크게 네단계로 발전 하였다.

첫째 염색체라는 유전의 세포학적 토대가 밝혀졌고

둘째 DNA라는 유전의 분자적 토대가 밝혀졌고

셋째 세포가 유전자의 담긴 정보를 읽는 생물학적 매커니즘이 발견되고,
클로닝과 서열 분석이라는 재조합 DNA 기술이 발명 되면서 유전의 정보 토대가 해명 되었다.

인간 유전체의 서열 분석이라는 네번째 단계는
즉 인간을 비롯한 생물들의 유전체 전체를 조사하는 “유전체학의 시대”이자
이미 완성된 인류의 제작 설명서를 해독하고 읽고 이해하고 인위적으로 바꿀 수 있는 단계이며

마치 기계가 자신의 제작 설명서를 해독하고 스스로 수리하고 개선할 수 있는 경이롭지만 섬뜩한 시대이다.
 
이러한 경이로운 과학기술은 윤리적인 문제에 대한 합의 때문에 발전속도의 굴곡은 있겠지만 계속해서 발전할 수밖에 없을 것인데,

질병, 젠더, 성적 선호, 기질, 성격, 충동성, 불안등이
심리적 충동, 개인의 역사, 무작위적 선택의 교차가 일으키는 현상
즉 유전자의 의해 부여된 운명과 개인의 선택이 결합하여 만들어낸 우리의 삶에

유전공학 이라는 과학이 개입함으로써 가져올 다양성의 감소, 돌연변이의 감소가 인간 진화의 원동력 상실로 이어지지 않을까 저자는 우려하고 있다.
 
유전학의 발전에 대한 역사를 지루할 틈 없이 재미있게 풀어 조금 두툼하지만 쉽게읽을 수 있는 이 책에서
저자는 흥미로운 유전학의 역사지식과 더불어 유전학의 미래에 대한 우리의 성찰을 요구한다. 
 
 
 
 
 
[유전자의 내밀한 역사 본문 중]
유전자는 인류의 다양성을 어떻게 분류하거나 이해할지를 알려주지 못한다. 그러나 환경, 문화, 지리, 역사는 할 수 있다. 우리 언어는 이 미끌어짐을 포착하려고 시도할 때 더듬거린다. 어떤 유전적 변이가 통계적으로 가장 흔할 때, 우리는 그것을 정상이라고 한다. 그 단어는 통계적으로 더 다수라는 의미뿐만 아니라, 질적으로 또는 더 나아가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의미도 가진다.
 
 
유전적 폭포라는 계층 조직화가 바로 유전자와 환경 사이의 전반적인 관계를 보여주는 핵심 원리이다. 본성이냐 양육이냐, 유전자냐 환경이냐 하는 꾸준히 이어져온 오래된 논쟁이 있었다. 너무 오랜 기간 동안 원한을 쌓아가면서 이루어진 그 논쟁에서 양쪽 모두는 몰락했다. 이제 우리는 정체성이 천성과 양육, 유전자와 환경, 내부 입력과 외부 입력을 통해서 정해진다는 말을 듣고 있다. 그러나 그 말도 무의미하다. 바보들 사이의 휴전 협정에 불과하다.
본성의 우세나 양육의 우세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우리가 조직화의 어느 수준을 살펴보느냐에 따라서 크게 달라진다.
 
1993년 7월, 이른바 게이 유전자가 발견되면서 유전자, 정체성, 선택에 관한 유전학의 역사상 가장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그 발견은 유전자란 존재가 여론을 뒤흔들고 논쟁의 양상을 거의 완전히 뒤엎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젠더, 성적 선호, 기질, 성격, 충동성, 불안, 선택. 그 하나하나가 인간 경험에서 가장 수수께끼였던 영역들이 서서히 유전자에 둘러싸이기 시작했다. 대체로 또는 전적으로 문화, 선택, 환경의 산물이라고 여겼던, 혹은 자아와 정체성의 독특한 구축물이라고 여겼던 행동의 측면들이 놀라울 정도로 유전자로부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드러나게 되었다.
 
이는 유전첼가 불편한 아름다움을 지닌 이유가 현실 세계에 "끼어들" 수 있다는 점 때문임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 유전자는 개별 환경에 계속 똑같은 방식으로 진부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니다. 만일 그렇다면, 우리는 태엽장치 자동인형이나 다름없어질 것이다. 오래 전부터 힌두 철학자들은 "존재"의 경험을 그물이라고 묘사해왔다.
유전자는 그물의 실이다 모든 개별 그물을 존재로 전환시키는 것은 거기에 달라붙는 자질구레한 것들이다. 그 별난 설명 체계에는 절묘할 만치 정확한 부분이 하나 있다. 유전자는 환경에 프로그래밍된 반응을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어떤 형태도 보존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유전자는 우연의 장난이 끼어들 여지도 충분히 남겨두어야 한다. 우리는 이 교차를 "운명"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 운명에 대한 자신의 반응을 "선택"이라고 한다. 따라서 마주보는 엄지를 가진 곧추선 동물인 우리는 하나의 대본에서 만들어지지만, 그 대본에서 벗어나도록 만들어져 있다. 우리는 그런 생물 중에서 독특한 변이체 하나를 "자아"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