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나 영토변경, 혁명이나 정권교체 같은 큰 사건과 그러한 사건에 주연을 맡았던 특정 인물에 대한 스토리가 지금까지 우리가 배웠고, 알고 있는 역사라는 학문이다.
결국 우리가 지금까지 배워온 역사라는 것은 역사는 정치와 외교에 대한 것, 즉 정치외교사였다.
하지만 정치외교사보다 사회사를 중시하는 역사학파가 있었으니 이들을 아날학파라 부르고 이 책의 저자인 페르낭 브로델은 아날학파의 대표적인 역사가이다.
사회사란 과거 사회의 기본구조와 일상생활등을 연구해서 일반인들의 삶과 경험에 초점을 두는 학문인데
사회사를 접하게 되면 이런 역사도 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우리가 그동안 배우지 않았던 많은 사실들을 알게 해주며
과거 민중들의 삶을 머리속에 그릴 수 있도록 많은 영감을 준다.
저자는 역사가 3층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가장 아래에는 거의 변하지 않는 우리의 일생생활,
그 위층에 자리한 하층의 구조를 굽어보며 통제하는, 역시 유연성이 없는 경제생활이 있고,
최상층에는 모든 하층들을 통제하고 조직하지만 움직이고 바뀔 수 있는 유일한 부분인 자본주의라는 영역이 자리잡고 있는데
총 세권의 구성에서 1권인 이책은 3층 구조중 가장 아래에 위치하고 변하지 않는 영역인 우리의 일상생활,
15세기부터 18세기까지의 세계인의 일상생활에 대하여 다룬다.
과거 인구 변화와 총량을 합리적으로 추론함과 동시에 증가, 감소 원인을 분석해보고,
밀, 쌀, 옥수수로 대표되는 세계인의 주식과, 주식으로 인해 파생된 문화와 역사 그리고 여러가지 사회적 조건과 제약들을 살펴보며,
설탕, 고기, 소금, 해산물, 향신료, 물, 술등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식품들,
주택, 의복, 가구, 인테리어들까지 즉 의식주의 현황을 파악해보며,
인간의 근력, 축력, 수력, 풍력, 나무, 석탄등 에너지원의 사용과 야금술등 기술발전의 바탕이 되는 에너지원의 사용역사를 추적해보고,
화약, 배, 대표, 총, 인쇄술, 항로등 수송과 관련된 기술의 보급과 발전해온 방향을 되짚어보며
당시의 유통과정에서 쓰였던 화폐와 신용제도의 역사와
주요 몇몇 도시들의 과거 모습과 발전모습 등을 통해 도시의 과거모습을 8개의 장으로 나누어 그려본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음식부터 가구, 기술에서 도시까지 과거의 모든 광경을 전체적으로 보려는 시도와
그리고 물질생활의 현재와 과거를 전 세계차원에서 구분해 보려는 시도를 했으며
그러한 시도는 지금까지 역사가들이 거의 제시하지 않았던 풍경을 그려가면서
분산된 자료들을 분류하고 정리하면서 큰 흐름을 잡아내고, 단순화된 역사 설명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잡다한 사실들로 구성된 일화속에서,
즉 무질서 속에서 연쇄, 시리즈, 장기지속이라는 법칙과 경향과 규칙성을 찾으려고 시도했던 이 저작은
정치외교사에 익숙해 있던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과 재미를 줄 것이며,
결국 변하지 않는 하층의 일상생활과 관습은
상층부의 침투에 반응하고 상층부의 사회경제의 구조물을 지탱하는 초석임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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