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한 사람을 알기 위한 방법에는 자서전을 읽는 방법만큼 좋은 것은 없다.
자서전에는 한 사람의 가치관과 살아온 삶의 행적이 그대로 녹아 있기 때문이다.
어렸을때 누구나 한번 쯤 재미있게 읽어 보았던 기억이 있는 '시튼 동물기'로 유명한 시튼의 삶이 알아 보고 싶어졌다.
1860년에 영국에서 열두째로 태어난 시튼은 아버지의 사업이 급작스럽게 어려워지면서 6세때 캐나다의 토론도로 이민을 가게 된다.
캐나다에서 개척자의 삶을 살게 된 가족과 함께 시튼은 그곳에서의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한다.
농사를 짓고, 많은 물건들을 스스로 만드는등 여러가지 집안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손재주와 창의력과 자립심을 키웠고
토론토의 거친 아이들 속에서 많은 싸움을 하면서도 공부에서는 두각을 보이며
캐나다의 광할한 자연속에서 많은 동물들, 특히 새에 많은 관심을 갖고 박물학자의 꿈을 꾸며 자란다.
하지만 화가가 되기를 원하는 완고한 아버지의 뜻에 따라 그림을 그리기 위해 푼돈만을 가진채 열아홉의 나이에 런던으로 유학을 가게되고
오직 그림 실력 만으로 당시 런던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학교인 왕립미술학교를 엄청난 경쟁율을 뚫고 합격하게 된다.
하지만 자연을 향한 열정은 마음속에 남아 있었고, 2년 반가량의 왕립미술학교 생활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게 되고,
집에 돌아후 뜻밖에 아버지에게 양육 청구서를 받게 된 시튼은 충격으로 집을 나가기로 결심하고 형이 있던 캐나다 중부에 위치한 매니토바로 무작정 향하게 된다.
그 당시까지 인간에 의해 전혀 개발되지 않고 있던 그곳에서, 시튼은 수많은 새들과 동물들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동물 그림을 그리며 마음껏 자연을 향유한다.
그러던 중 동부로 가라는 꿈결의 목소리를 듣고 1883년 23살의 나이에 무작정 뉴욕으로 향하게 된다.
맨몸으로 도착한 그곳에서 자신의 그림을 인정받게 된 시튼은, 그림을 팔아 경제적인 자립과 자신감을 얻게 된다.
이 책은 대부분의 내용이 시튼이 30세 이전에 겪었던 사건들이고,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던 사건들을 중심으로 기록된 책이다.
책의 초반부인 유년, 청소년기 시절은 개척시대의 캐나다의 풍경과 함께 반항심과 호기심 강한 청소년이 성장하는 모습이 소설처럼 재미있게 그려져 마치 허클베리핀의 모험을 떠오르게 만들며,
런던으로 유학을 가게되는 성년기 부터는 중요한 시기마다 빛을 발하는 시튼의 추진력, 결단력, 끈기등이 돋보인다.
이 책을 통해 어려서부터 수많은 집안일을 도우면서도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불가능은 없음을 스스로 증명하듯 런던과 뉴욕에서 자기힘으로 생존하고, 자신의 가치를 증명받는 모습
자신의 꿈을 잊지 않으며, 안정된 생활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저자를 보면서
그의 유명한 동물기가 하루아침에 우연히 탄생한 것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자연에 대한 동경
어려서부터 농장일을 하면서 체득한 경험과 끈기
어려운 상황마다 이겨냈던 의지와 독립심, 추진력
혹독한 캐나다의 추위와 거친 동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었던 지혜
어려서부터 사소한 것까지 기록해두었던 꼼꼼함 등이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알 수 있게 된다.
또한 책 여기저기에 실린 시튼이 직접 그린 동물 그림들은 그가 뛰어난 화가였음을 기억하게 해준다.
작가이자 훌륭한 화가이며, 동물학자이자 동물보호론자의 선구자인 어니스트 톰슨 시튼이라는 한 사람을 오늘에서야 알게 된다.
[야생의 순례자 시튼 본문중]
사건이 일어나면 바로 그날 기록을 남겨라. 기억력은 믿을게 못된다.
모든 사건마다 날짜와 시간을 자세하게 기록해라
숲에 대한 지식이 인생의 유일한 가치라고 믿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나 혼자뿐인 것 같았다.
아버지는 낡고 묵직한 현금출납장을 꺼내더니 E자로 시작되는 부분을 펼쳤다. 그리고는 아버지 특유의 말투로 이야기를 꺼냈다.
"아들아 이제 너도 스물한 살이니 네가 원하지 않아도 어른이 된 것이다. 너에게 부여된 의무와 책임을 지금까지는 아버지가 대신 해 주었지만 이제부터는 네가 그 책임을 떠맡아야 한다. 내가 지금까지 너를 위해서 얼마나 열심히 기도 했는지 너도 잘 알 것이다. 네가 하느님 다음을 빚을 진 사람은 바로 나, 네 아버지이다"
그러더니 아버지는 현금출납장을 한 장 한 장 가리켰다. 거기에는 내가 태어난 날부터 내게 들어간 지출 내용이 모두 적혀 있었다. 정확한 날짜가 요일과 함께 기록되어 있었고 심지어 내가 태어났을 때 의사에게 낸 돈까지 적혀 있었다. 금액은 모두 합해서 537달러 50센트였다.
만일 아무도 없는 마차에서 원하는 물건을 발견한게 백인들이었다면 마음대로 훔쳐내고는 그 따위 일쯤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 이교도 인디언들은 정말 정직했다. 그들은 그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는 사람들의 물건을 훔치는 것을 수치로 생각했다.
나는 냉정한 자본주의 세계에 순전히 혼자 힘으로 진출해서 붓과 연필만으로도 안정된 생활을 누릴 수 있다는 내 능력을 증명해 보인 셈이었다. 스물셋이라는 나이에서 중요한 고비마다 실패하고 실의에 빠져보지 않은 사람은 이 기분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열아흐레 동안 고통스럽게 눈 속을 헤치며 480킬로미터를 걸어다닌 끝에 나는 사슴을 잡고야 말겠다는 약속을 지켰고, 아메리카대륙의 숲속을 돌아다니는 거대한 짐승을 죽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한순간의 승리감을 위해 희생당한, 한갖 고깃덩어이로 변해버릴 그 훌륭한 동물을 바라보고 있자니 또 다른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건 양심의 가책이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이 세상에서 일찌감치 없애버려야 할 동물이 아니라면 다시는 그 어떤 동물도 사냥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도대체 인간이 무슨 권리로 자기 재산에 조금 해를 끼친다 해서 짐승들을 그 끔찍한 고통에 빠뜨린단 말인가! 그것은 옳지 않은 일이었다. 정말 끔찍하고 무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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