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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찮은 독서

[추천도서]늑대의 시간(하랄트 얘너)

반인륜적 전범 국가인 독일과 일본은
전쟁의 상대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전후 불과 몇 년 만에 미국과 서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방세계의 핵심 동맹국이 되었고, 지금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경제 대국으로 성장해 있다.

물론 전후 미국의 재건 프로젝트 와 원조 가 있었지만 두국가 모두 20년이 채 지나가기도 전에 전쟁에 대한 피해를 대부분 복구하고 선진국으로 진입 했는데,

한 국가의 국력이라는 것이 그 영토와, 국민이 분할되지 않고 존속 하는 한 쉽게 변하지 않는 다른 사실을 증명하는 듯 하다.
 
 

제2 차세계대전에 관한 책은 정말 많다
전쟁의 원인, 전쟁의 과정, 전쟁의 양태등을 다루는 책들이 대부분인데

상대적으로 전쟁의 결과나 전후 처리에 관한 책이나 관심은 상당히 적게 느껴진다.

특히 패전 국가의 상태나 재건에 관한 이야기는 드물었기 때문에 흥미를 가지고 이 책을 보게 되었다.

같은 제2차 세계 대전 의 패전국이지만 대부분의 영토를 보존 할 수 있었던 일본과는 달리 독일은 동부지역의 슐레지엔과 포메른 동프로이센등의 방대한 영토를 빼았겼고, 또한 일부 도시만 폭격을 당한 일본과는 달리 대부분의 도시가 폭격으로 많은 피해를 보았는데,
 
 
 
항복과 함께 갑자기 끝나버린 격렬했던 전쟁은
 
폐허로 변해버린 도시, 파괴된 산업시설, 부족한 식량, 만연한 범죄가 성행한 무정부 상태를 남겨놓았고 
 
잃게되는 동쪽지역에서 밀려오는 독일 난민들
독일군에 의해 징용되었던 해방된 수많은 강제 징용자들
수많은 유랑포로들이 뒤섞여  
 
법도 도덕감정도 규칙도 양심도 없는, 저자의 표현에 의하면 '늑대의 시간'이 찾아온다.
 
이 책은 전후 10년, 늑대의 시간이었던, 오직 생존하기 위해 살았던 그 당시 독일의 모습을 묘사한다.
 
지옥을 경험하고 생존한, 모든 것을 잃고 다시 시작하는, 그러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갖고 사랑을 하고 인생을 즐기는 독일인들을 보여준다.
 
그러한 모습속에서 자신들의 처절함에 매몰되어 가해자임을 잊고 수많은 피해자들을 외면했던 그당시 독일의 상황을 고발한다.

전후 건축물 폐허를 청소하는 여성들

 
 
 
 
 
[늑대의 시간 본문중]
당대인들은 독일의 고통을 희생자의 고통보다 우선시하는 극단적 표현으로 자신들의 정신적 상황을 포장하는데 열심이었다.
 
당시의 목격담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금언이다. 사람들은 '전쟁 이후에야 인간을 정말 제대로 알게 되었다'고 말했고, 늑대의 시간, 즉 '자연 상태의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늑대인' 시간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법의식과 도덕 감정의 완전한 붕괴가 임박했다는 뜻이다.
 
다수 독일인들은 유대인 수백만명에 대한 학살과 독일 국방군의 범죄에도 불구하고 독일이 무척 특별한 방식으로 질서와 품격을 갖춘 나라라는 감정을 잃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