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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찮은 독서

[추천도서]국화와 칼(루스 베네딕트)

태평양 전쟁이 한참이던 1944년, 미국 정부는 적국이었던 일본군과 일본인의 이해하기 어려운 행태를 파악하기 위하여, 즉 적의 특성을 파악하고 적의 행동에 대처하기 위해, 문화 인류학자인 저자에게 일본인의 전반적인 문화체계에 대한 분석을 의뢰하였고 2년여간의 집필 과정을 거쳐 1946년 미국에서 이 책은 발간되었다.
 
교전중인 적국을 연구함에 있어 그 나라에 직접 가볼 수 없다는 것과 적을 객관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일본이라는 나라를 이해할 수 있는 근간을 꿰뚫어 보았으며, 일부 역사적인 지식 부족과, 지나친 일반화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일본인의 보편적 특성을 밝힌 탁월한 고전으로 인정받고 있다.
 
 
 
일본인은 최고로 싸움을 좋아하면서도 얌전하고, 군국주의적이면서도 탐미적이고, 유순하면서도 시달림을 받으면 분개하고, 충실하면서도 불충실하고, 용감하면서도 겁쟁이이고, 보수적이면서도 새로운 것을 즐겨 받아들인다. 이러한 but also(그러나 또한) 이라는 표현은 일찍이 세계 어느 국민에게도 쓰인적이 없는 표현이다. 라고 저자는 책의 시작 부분에서 밝히고 있는데, 나또한 일본인에 대하여 친절하지만 잔인하고, 자상하지만 무뚝뚝하다는 인상을 받아왔기에 통찰력 있는 저자의 분석에 감탄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일본인에게 나타나는 여러가지 특성을 밝힌 이 책에서 그러한 일본인을 규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개념은 온(思)과 그 반대 개념인 기무(義務)와 기리(義理)라고 볼 수 있다.
 
온 이란 쉽게 얘기해서 '은혜' 정도로 볼 수 있는데, 일왕(천왕)과 부모, 주군, 스승, 그리고 생애중 온갖 접촉에서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온을 베푸는 사람을 온진(思人)이라고 부른다.
 
온과 반대대는 개념으로 기무(義務)와, 기리(義理)가 있는데, 이는 온진에게 받은 받은 부채(은혜)를 값는 다는 뜻이며, 우리가 사용하는 한자어인 의무, 의리와도 비슷한 의미라고 볼 수 있다.
 
기무는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결코 그 전부를 값을 수 없고 또 시간적으로도 한계가 없는 일왕과, 부모, 자신의 일에 대하여 지는 의무이며,
 
기리는 자신이 받은 은혜와 같은 수량만을 갚으면 되고, 시간적으로도 제한된 부채로써 세상에 대한 의무인 주군, 근친, 타인 등에 대한 의무와
 
자신의 이름에 대한 의무로 나뉘는데, 이것은 명예라고 보면 가장 적합할 듯 하다.
 
즉 일본인은 일왕, 부모, 주군, 타인들로부터 은혜를 받았고, 이것은 받은 사람에게는 부채가 되기 때문에, 이것을 갚기위해 노력한다는 의식이 상당히 강하게 배어있고, 그러한 의식으로부터 일왕이나 부모 또는 주군에 대한 절대적인 충, 효가 형성되었는데,
 
이러한 독특한 의식을 바탕으로

각자의 위치에 만족하고,
각각의 권위에 알맞는 행동하는 계층적인 사회질서가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고,
온을 부담스러워하며 받은 온에 대하여는 값으려고 노력하고,
반대로 치욕또한 피하려고 애쓰지만 받은 치욕은 복수하며,
일왕에 대한 무조건적인 충성심을 가지고 있으며,
자기자신의 내면보다는 타인에게 보여주는 모습을 더 의식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실패로 끝나면 즉시 실패한 주장을 버리는 이중적인 모습을 갖게 되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우리나라와는 바다를 사이에 두고 붙어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군주에 대한 충성이나 부모에 대한 효, 남을 의식 하는 문화와 같이 유사성이 존재 함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우리와는 다른 일본만의 독특한 문화는 온, 기리, 기무라는 의식의 토대 아래 형성 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해 주며

집필된지 70년 이상이 지난 지금도 이 책에서 분석한 일본인의 특성이 아직까지도 남아있는 모습을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는데, 저자인 루스 베네딕트의 흥미롭고 날카로운 분석은 이 책이 왜 이 분야에서 고전으로 자리 잡았는지 알 수 있게 해 준다.  
 
 
 
 
 
[국화와 칼 본문에서]
일본인은 일반적올 자기를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는 종족이다.

일본인은 미리 계획되고 진로가 정해진 생활양식에서만 안심을 얻을 수 있으며, 예견하지 못한 일에는 심각한 위협을 느낀다.

일본인은 모든 것을 건 어떤 행동방침이 실패할 경우, 다른 방침을 취하는 것을 당연시 하는 것 같았다.

 
일본인의 생활양식은 알맞은 권위를 할당하고 각각의 권위에 알맞은 영역을 규정하는 것이다.

 
일본인은 우연히 다른 사람에게 온(思)을 받음으로써 보답의 빚을 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온(思) : 은혜 정도로 해석할수 있다

 
일본인은 실패로 인해 치욕을 당하는 기회를 피한다. 즉 모욕을 느낄 기회를 가능한 한 차단하도록 일을 처리한다.

 
일본인은 실패나 비방, 배척 때문에 상처받기 쉽다. 따라서 타인을 괴롭히기보다는 너무도 쉽게 자기 자신을 괴롭힌다.
기분의 변화에 따라 열정적 노력과 단순한 무기력 사이를 움직이는 것이 일본인의 본성이다.

 
일본인에게 '외부세계'에서 인정을 받는 것은, 다른 어떤 사회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

 
언젠가 갚지 않으면 "무언가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런 느낌이야말로 일본인의 복수의 핵심이 된다.

 
서양인을 놀라게 하는 일본 남성의 행동적 모순은, 그들이 어린 시절에 받았던 훈육의 불연속성에서 생겨난 것이다.

 
일본인은 일정한 행동방침을 취하고 그 목표 달성이 불가능해지면 '잘못'을 범했다고 판단한다. 그는 어떤 행동이 실패로 끝나면 실패한 주장을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