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사전적 의미는 '일정한 지역에서 오랜 세월동안 공동생활을 하면서 언어와 문화상의 공통성에 기초하여 역사적으로 형성된 사회집단' 이다. 한반도내에서 4000년동안 공동생활을 해온 우리 민족은 하나의 민족이 하나의 나라를 이루었지만, 거대한 대륙인 중국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더욱 생소하다.
중국의 역사는 거대한 한족과 주변의 수많은 민족간의 상호 작용이며, 현재 한족과 55개의 소수민족이 살고 있는 다민족 국가인 중국은 그 결과물이다.
우리와 중국은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고 역사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진, 한, 수, 당, 송, 명, 청으로 이어지는 중국의 통일 왕조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는 알고는 있지만, 한족의 변방에 위치해 있던 수 많은 소수 민족에 대해서 알게 될 기회는 없었던 것 같다.
이 책에서는 중국의 역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19 개 민족에 대하여 설명한다.
우리 역사에도 등장하는 거란, 말갈, 몽골
세계의 역사를 바꿔놓은 흉노, 돌궐
북방 유목민족에서 중원까지 진출한 오환, 선비, 유연
중국에 흡수되어 현재까지 소수민족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강, 토번, 저, 월, 서남이, 복
실크로드를 중심으로 번성했었다 사라진 백흉노, 회골, 월지, 오손, 누란
에 대하여 논하면서, 이들 민족의 흥망성쇠, 한족과 관련된 역사, 이들 민족들을 기원으로 하는 현재의 중국 소수민족들의 모습까지 담아내고 있는데
그것을 통해서 현재의 중국이 형성되었던 과정, 한나라에 밀려 서쪽으로 이동한 흉노가 유럽까지 침입하게 된 사건, 킵차크 칸국을 사실상 계승한 러시아가 급속히 팽창하게 된 과정, 카자흐스탄의 기원, 중국과 인도와의 국경분쟁이 발생한 원인, 한족과 북방민족의 대융합을 이룬 북위의 효문제, 돌궐인의 후손이 세운 오스만제국과 무굴제국등 중국역사 뿐만 아니라 세계사 지식과 함께 세계사적 사건의 연관성까지 저자의 역사적 성찰과 함께 알 수 있게 된다.
더불어 중국이 넓은 국토 만큼 역사적으로 엄청난 다양성과 거대함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게되고,
지금은 없어지고 역사책에서만 볼 수 있는 사라져간 수많은 민족들을 보면서 역사의 무상함을 느끼게 되며,
그 소용돌이에서 끈질기게 살아남은 우리민족의 강인함을 새삼 깨닫게 된다.
중국이라는 지리적 영역 안에 존재한 모든 왕조와 민족의 역사를 중국사에 포함시킨다는 중국의 학술적 경향을 명확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오히려 이 책을 번역하게 되는 동기가 되었다는 역자는, 역사는 강자들의 기록일 수 밖에 없고, 종종 이데올로기적으로 이용되며, 다수는 소수를 왜곡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이 책을 통해 중국 학계의 역사 인식을 통해 제대로된 역사인식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그 점을 염두해두고 이 책을 읽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럼에도 새로운 역사의 발견은 항상 흥미롭다.
[절반의 중국사 본문중]
사람들이 세습제가 당연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진승의 난이 일어났을 때였다. 진시황의 뒤를 이은 황제 호해가 정치를 하던 암흑시대에 젊은 평민 하나가 "왕후장상에 씨가 있다더냐!"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외침과 더불어 나타났으니 그가 바로 진승이었다. 진승은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장초왕이 되기도 했다. 이 사건은 하급관리 출신인 유방이 한의 왕이 되고, 승려 출신 주원장이 명을 세우며, 소수민족인 몽골족과, 만주족이 중원의 주인 노릇을 하는 이론적 기초가 되어 주었다.
부패하면 멸망한다는 것은 역사의 법칙이다. 부패로 인해 시대에 뒤떨어지게 되면 결국 멸망이라는 가혹한 결말을 맞게 된다. 후대인들에게 생각하게 하는 바가 많은 대목이다.
모든 개국 황제는 같은 곤경에 처했다. 공신 집단에서 충신과 간신을 구별해내기 어려웠지만, 어쨋든 최선의 방법을 강구해 자손이 순조롭게 집권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했다. 충신과 간신을 구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황제들은 대신들을 모반을 일으킬 능력이 있는 집단과 없는 집단으로 나누었다. 모반을 일으킬 능력이 있는 자들은 죽여 없앴다. 남은 자들은 설사 모반의 마음이 있다고 해도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후대인들은 인간설이 사라진 참극과 복잡한 연극들을 보아야 했다. 한의 유방은 한신을 그렇게 죽였고, 송의 조광윤도 황포를 몸에 걸치기가 무섭게 '술자리에서 장군들의 병권을 내놓게 했으며' 명 주원장도 공신들을 한 건물에 모아놓고 화약으로 터뜨렸다. 태평천국의 천황 홍수전조차 양수청을 살해했다.
1. 흉노 : 오늘날의 내몽골 오르도스와 다칭산 일대에서 일어난 흉노는 전형적인 유목민족이었다.
2. 오환과 선비 : 전국시대에는 흉노를 '호인'이라고 불렀다. 그래서 흉노의 동쪽에 거주하는 또 다른 유목민족을 '동호'라고 불렀다. 동호는 오환과 선비의 조상이다.
3. 유연 : 유연이라는 이름은 '하늘의 나라' 라는 뜻이니, '샹그릴라'만큼이나 시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이들이 어디에서 왔으며 조상이 누구인지에 대해 상당히 많은 견해들이 있다. 동호의 후손이라는 말도 있고 흉노의 별종이라고도 하며, 장성 북부 지역, 즉 새외의 잡호에 속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에 이들은 '초원부족의 혼혈아'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4. 백흉노 :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 백흉노는 흉노와 대월지의 '혼혈아'라고 한다. 그렇다면 백흉노를 그냥 흉노인이라고 불러도 괜찮지 않느냐고 말할 수도 있다. 흉노 남자 일부가 선비여자와 혼인해 철불흉노가 나왔고, 선비 남자 중 일부가 흉노 여자와 결혼해 탁발선비가 탄생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백흉노를 부르는 호칭은 하나가 아니었다. 중국 학자는 줄곧 '엽달'이라고 불러왔고, 그리스 학자는 '압-톨리트' 혹은 '에프탈라스', 페르시아와 아랍 학자는 '하이탈', '하이야탈스', '헤탈', 비잔티움 제국 학자는 '훈-헤프탈리테'라고 불렀다. 인도와 유럽 학자들은 '악훈'이라고 불렀다. 오직 이들 자신만이 스스로를 흉노라고 불렀다.
엽잘의 민족 구성에 대해 중국 역사서에서도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차사의 별종이라는 설도 있고 대월지의 분파라는 설도 있는데, 사실 이러한 논쟁은 별로 큰 의미가 없다. 우리는 그저 이들이 흉노와 대월지의 혼혈이라는 것만 정확하게 알면 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 일단 아무다리야강 남쪽 200킬로미터 지점에 있던 활국, 즉 고대 발저연성에서 기원했다고 볼 수 있겠다. '활'이 에프탈을 가리키는 최초의 명칭이기 때문이다.
5. 돌궐 : 돌궐은 아랄해 주변의 스키타이인에서 유래햇다. 기원전 4세기 무렵 알렉슨드로스 대왕의 원정군에 밀려서 일부 스키타이인이 동쪽으로 와 막북으로 갔고, 초원에서 흉노 북부에 위치한 색국(호게)을 세웠다. 호게는 흉노에게 두 번 정복당했지만 그때마다 다시 일어났다. 진대에 이르러 스키타이인이 세운 색국이 사라지고 그중 일부가 후대의 돌궐족이 된 것이다.
6. 회골 : 위구르는 기원을 찾기 힘들 정도로 기나긴 역사의 강을 흘러왔다. 그 유장함은 튀르크에 비할 바가 아니어서 최초의 뿌리는 춘추전국시대의 '적적'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적적은 흉노의 조상인 '백적'과 형제 유목민족이라 할 만하다.
7. 거란 : 거란을 알려먼 먼저 그들의 조상을 언급해야 한다. 흉노의 묵돌선우에게 명마와 아름다운 여인, 땅을 요구했다가 오히려 그에게 살해당하고 머리뼈가 요강으로 쓰였던 동호 대인, 그가 바로 거란과 오환, 선비인의 공동 조상이다.
조금 더 상세하게 추적해보면 거란은 동후의 후예인 선비의 방계다.
8. 말갈 : 중국 고고학자들의 고증에 따르면, 만주족의 조상은 '말갈'이라고 하는데, 중국 동북 지역의 백산 흑수 사이에 있는 원시 부락에서 살았다고 한다. 외국의 역사가들은 말갈의 기원지가 오늘날 러시아 원동지역, 즉 헤이롱강 하류 지역의 숲으로 뒤덮인 산지라고 한다.
9. 강 : '강'은 처음에 '양'자에서 비롯되었으니, 은 사람들이 서부의 '양치는 사람들'을 부르는 호칭이었다.
10. 토번 : 초기의 얄룽인은 오늘날 티베트 총계현, 즉 세와 동물들이 모여 살고 나무가 우거진 강의 골짜기에 살았을 것이다.
얄롱에서 주류 민족이 자리를 잡고 살아갈 때 또 다른 고원 민족인 강족이 중국의 서부에서 남쪽으로 내려왔다. 서강 모우부, 발강, 당모강은 현지 토착민과 혼인했고, 마침내 티베트의 토착 거주민으로 융합해 들어갔다. 토번이 서강에 나왔다고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11. 저 : 저 라는 명칭은 그들이 오늘날 산시와 간쑤, 쓰촨 지방의 저지대에 분포했던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저'와 '강'이라는 두 단어는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쌍둥이 같은 존재였다.
12. 월지 : 월지가 어디서 왔는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많은 논쟁이 있다. 대부분의 학자, 특히 그리스 학자들은 월지인이 토하라인의 한 지파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옛 인도, 유럽어족 이주의 물결이 동쪽으로 밀려오면서 맨 마지막으로 날아온 화살촉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사실 중국의 사서에도 하서주랑으로의 신비로운 여행에 대한 언급이 있어 그 주장을 뒷받침한다. 검은 머리에 누런 피부의 주 목왕이 중원에서 서쪽으로 순행을 나가 서역 여러 나라를 방문했는데, 기련산 아래 흑수 유역의 우지평원에 간 적이 있다. 그곳에서 황색인종과는 생김새가 다른 우지 사람들의 진심어린 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전설이긴 하지만, 이것은 월지인이 중화문명과 정식으로 만난 것에 관한 최초의 기록이다.
13. 몽골 : 몽골인의 조상은 실위이다. '실위'를 한어로 번역하면 '삼림'이라는 뜻이다. 그들은 에르구네강 유역의 숲속에서 발원한, 상당히 오랜 역사를 지닌 어렵 민족이다.
14. 오손 : 오늘날 카자흐인은 이주 과정에서 형성된 민족 공동체다. 그중 주류 민족이 오손인데, 그들이 바로 카자흐인의 조상이며 동시에 카자흐인의 최대 부이다.
오손은 전형적인 유목민족이었다. 기원전 2세기 이전에 월지와 함께 기련산맥과 돈황 사이의 푸른 오아시스에서 살았다. 한 초기, 오아시스 쟁탈을 위해 월지와 오손 사이에 마찰이 일어났고, 인구가 많고 세력이 컸던 월지가 오손의 지도자 난두미를 죽이고 오손의 세습 영지를 빼았았다. 오손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흉노 쪽으로 도망쳤다.
15. 월 : '월족'을 '월남'과 동일시하면 안된다. 사실 월족은 중국 남방의 상당히 오래된 족계로서, 따이 까다이어파주으이 절대 다수가 월족에서 나왔다. 티베트 버마어파의 대부분이 저,강에서 나왔으며, 몽 멘어파와 몬 크메르어파는 대부분이 복인이다.
은허에서 출토된 갑골문자에 '월'자가 있다. 월인이 '월'이라고 불리게 된 것은 숲을 벌목할 때 사용한 '월(돌도끼)'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16. 서남이 : 아주 오래전, 칼처름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고 채찍처럼 모래바람이 휘몰아치는 칭하이, 깐쑤, 티베트고원에서 저, 강 부족이 유목을 하고 있었다. 기원전 3세기 상앙의 번법으로 강력해진 서부의 거인인 진이 점차 약소국을 집어삼키면서 변방의 소수민족을 향해 대규모 진군을 감행했다. 별다른 방어 수단이 없었던 저, 강 부족의 한 지파가 지도자의 인도 아래 고향인 사지하를 떠나 현재의 칭하이, 간쑤, 쓰촨의 협곡 지대를 지나 정처 없이 남쪽을 향해 내려갔다. 그들은 온갖 고난을 겪으며 수천 리 길을 걸어 다두하와 야룽강 유역으로 들어왔다. 그것이 바로 오늘날의 쓰촨성 시창과 한위안, 그리고 윈난성 서북과 동북 지역이다.
17. 복 : 모호한 역사의 자취 속에서 모래를 헤치고 금을 건져내듯 세심하게 뒤져, 마침내 남방에 복 이라는 아주 오래된 민족이 있었음을 겨우 알아냈다. 역사서에서는 그것을 주 무왕이 은 주왕을 정벌할 때 구성했던 연합군에 참가한 열여덟 개 만이국 중 하나라고 한다. 후에 출토된 은허 갑골 복사에서도 북인에 관한 기록을 찾아낼 수 있다. 추측에 의하면 복인의 활동 지역은 대략 초나라 서남쪽 방향, 즉 오늘날 후난성과 구이저우성 북부의 산악지대라고 한다.
18. 누란 : 쉼 없이 흐르던 콘치강은 누란 사람들의 어머니 강이었다. 일찍이 4700년 전, 누란 사람들은 이 강가에서 살아갔다. 인종학적 측면에서 볼 때 초기의 누란 토착민은 파미르 지역의 샤카족, 안드로보노인, 돈황부근의 월지인과 가깝다. 또한 누란인은 중앙아시아 문자를 관용 문자로 사용했지만 그들의 언어는 인도, 유럽 계통의 토하라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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