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견문록이라는 제목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이 책은 지금까지 120종이 넘는 사본이 만들어졌고 1983년까지 세계 각국에서 출판된 번역과 연구는 2,337편에 이르고 있는데 이 책의 중요성과 인기를 반증하는 수치일 것이다.
이 책의 원제목은 'Divisament dou Monde' 즉 '세계의 서술'이고 제목 그대로 이 책의 내용은 중국, 이란, 인도, 중앙아시아와 섬나라인 일본과 인도네시아를 그리고 아라비아 반도와 시베리아까지 아우르는 아시아 전역과, 동부 아프리카까지 그당시의 전 세계를 다루고 있다. 서구에서도 이 책은 마르코 폴로의 여행기라 부르며, 중국에서도 이를 그대로 옮겨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쓰고 있는 이 책의 어디에도 볼 수 없는 동방견문록이라는 표현은 일본에서 널리 사용되는 제목을 차용하여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1271년 고향인 베니스를 떠난 폴로와 그의 부친인 니콜로, 그리고 니콜로의 동생인 마페오는 3년 6개월의 긴 여정끝에 쿠빌라이의 여름수도인 상도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폴로는 쿠빌라이의 신하로 17년동안 머무르면서 사신이나 사절의 임무를 수행하면서 당시 세계를 지배하던 몽골제국 곳곳을 둘러보았고, 1290년~1291년경 일 칸국에게 보내는 왕녀의 호송과, 유럽 각국의 왕들에 대한 사절임무를 맡고서 쿠빌라이의 허락을 받아 귀향길에 오르게 되었으니, 기나긴 여행을 거쳐 다시 베니스로 돌아오게 된 것은 1295년의 일이었다.
마르코 폴로는 무려 25년간의 여정을 기록한 이 책은 책의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세계를 서술하는데 목적을 두었고, 따라서 그가 다루었던 모든 도시나 마을의 설명에 방위와 거리, 주민들의 특성과 종교, 그들의 주식과 생업, 그리고 그 지역을 지배하는 세력(왕)과 그 지방의 특기할 만한 특산물이나 동식물등은 반드시 나타내고 있다.
반면에 각 지역마다 누구와 만나서 무었을 했고 어떤 느낌을 받았는가 하는 개인적인 소회는 제한적으로 밝히고 있는데, 이러한 점은 이 책을 일반적인 기행문이나 견문록과 다르게 느껴지게 한다.
마르코 폴로의 이 책은 서구에서 성경 다음의 베스트셀러라 불리울 정도였고 오늘날에도 불후의 고전으로 남아 있는데,
그 이유는 당시 서구인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밟아본 적이 없는 세계의 다양한 지역을 방문하고 그곳의 환경과 주민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어 당대의 사람들에게 미지의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욕을 자극하였으며, 오늘날의 우리에게는 그 당시에 살아가던 사람들이 가졌던 세계관의 단면을 살필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상도, 대도, 항주, 천주등 원나라의 도시들에 대한 묘사, 지폐를 사용하던 원나라의 앞선 금융 시스템, 광대한 영역을 통치하기 위하여 발전시킨 역참과 전령의 운영방식, 기후이변이나 역병으로 인하여 기근에 처한 백성들의 구호방법, 대규모 기병을 동원한 그당시 칸국 내부의 전쟁과 전투의 생생한 묘사, 불교와 석가모니에 관한 이야기, 특정한 도시나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특이한 풍습 등은 딱딱하게 느껴지는 이 책의 중간중간에 포함된 오아시스라고 할 만하며,
대부분의 내용이 사실과 부합됨이 증명되었지만 일부 내용에서 진실성에 의심이 가는 부분들이 있는 것은, 오히려 그 시대인의 인식수준을 옅볼수 있게 해주는 자료가 되고 있으며, 종교적인 권위가 절대적이었던 당시인들과 달리 세계를 여행하며 견문을 넓헜던 폴로의 유연하면서 자유로운 종교에 대한 태도, 다른 문화와 관습에 대해 경멸하거나 멸시하지 않고, 놀랍고 호기심으로 바라보는 태도는 이 책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는 이유일 것이다.
[동방견문록 본문중]
모든 사람이 숭배하고 존경하는 네 명의 예언자가 있다. 기독교도들은 자기네 신이 예수 그리스도라 하고, 사라센은 마호메트라 하며, 유대인은 모세라고 하고, 우상숭배자들은 여러 우상들 가운데 최초의 신인 사가모니 부르큰이라고 한다. 나는 이 넷을 모두 존경하고 숭배하며, 특히 하늘에서 가장 위대하고 더 진실한 그분에게 나는 도움을 부탁하며 기도를 올린다
(모든 종교의 기념일을 즐기는 쿠빌라이 칸의 대답)
죽는 것과 늙는 것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된 왕의 아들은 왕궁으로 돨아가서 "악으로 가득 찬 이 세상에서 더 이상 머무르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말하면서, 영원히 죽지 않는 사람, 또 그를 창조한 사람을 찾아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아버지와 왕궁을 떠나, 아주 깊고 외딴 산중으로 들어가서 그곳에서 일생을 정직하고 순결하게 살았고 극도로 금욕적인 생활을 했다. 정말로 그가 기독교도였다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하는 위대한 성자가 되었을 것이다.
(석가모니에 대한 이야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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