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차 세계대전은 독일의 증오, 영국의 헛된희망, 프랑스의 무기력함, 러시아의 두려움, 미국의 무관심이 하나로 어우러져 나타난 결과물이다. 하지만 아마도 전쟁 발발의 가장 큰 원인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오스만 제국이나,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과 다르게 비록 영토의 15%를 잃었지만 유럽의 강대국으로 독일 제국이 존속하게 된 것과 히틀러가 위험한 도박을 향한 길을 나아가도록 방치하거나 도와준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러시아 4개국의 군사 외교적 실수,특히 영국의 독일에 대한 유화정책이 가장 중요한 이유일 것이라고 이 책을 통해 추측할 수 있다.
이 책은 제 1차 세계대전이 종료된 1920년 부터 제 2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일컬어지는 9월 1일 폴란드 침공의 전날까지의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러시아 즉 유럽 강대국들의 외교를 중심으로 제 2차 세계대전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분석해 놓은 책이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제 2차 세계대전의 원인을 히틀러라는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면서 그 원인을 단순화 해왔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아마도 히틀러를 제외한 전쟁의 책임있는 모든 당사자들에 대한 면죄부를 주려는 목적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전쟁을 미리 막지 못한 주변국가와 지도자들, 그리고 히틀러에게 죄를 뒤집어 씌움으로써 무죄를 주장할 수 있었던 독일인들)
하지만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전쟁이 단 한사람의 의지나 계획으로부터 나오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히틀러가 군비를 증강하고, 위기를 조장하였으며, 계획적으로 전쟁을 일으키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제 1차 세계대전 종전후 독일을 포함한 유럽의 주요 강대국들이 그때 그때의 상황에 따라 최선으로 선택한 외교적 결과가 누적되어,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전쟁에 이르게 되었음을 보여준다.
제 1차 세계대전 종료후 베르사유 조약이 체결되었고 그 이후 도스안, 로카르노 조약, 영안, 스트레사 회의, 만주사변, 대공황, 군축협의, 아비시니아 사태, 스페인 내전, 독일의 오스트리아 병합, 뮌헨회담, 독일의 체코침공, 단치히 문제로 인한 위기로 이어지는 일련의 역사의 흐름은 누구도 알지 못하였지만 조금씩 전쟁으로 가는 길을 닦고 있었다.
저자는 이러한 과정에서의 유럽주요국들의 외교적인 과정과 결과를 어느 쪽에도 치우침이 없이 비교적 균형있게 서술하고 있다.
국제연맹은 만주사변,스페인내전 아비시니아 사태등에 어떠한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을만큼 분열되었고, 미국은 고립주의로 다른나라의 일에 간섭하지 않았으며, 영국은 유럽에서의 세력균형을 원하여 유럽에 초강대국의 출현을 방지하고자 노력하였고 스탈린보다 오히려 히틀러를 신뢰하였으며, 프랑스는 독일의 재건을 두렵게 바라보았지만 영국없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껍데기뿐인 강대국이었으며, 러시아는 서방의 입장에서 아직은 유럽의 변방에 위치한 약소국이었으며, 자본주의 국가들의 공동의 적이 되는 것을 두려워했고, 이탈리아는 양측을 오가며 실리를 취하려 하였으나 존재감이 없었다. 그리고 독일은 베르사유 조약에 대한 반감을 가슴속에 품은 채 제1차 세계대전 이전으로 회복하고 싶어했다.
이러한 각국의 상황과 베르사유 조약 이후 단치히 문제로 인한 전쟁발발 이전까지 즉 1920년부터 1939년까지 발생되는 사건들이 만나면서 제2차 세계대전이 발생하였으며, 전쟁 발발의 원인을 특정인이나 특정한 세력으로 한정하는 것은 역사의 진실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제 1차 세계대전은 전쟁의 원인에 대한 분석이 주류를 이루었고, 제2차 세계대전은 전투의 양상에 대한 분석이 주를 이루었다고 말하며, 전쟁의 원인만을 놓고 보았을 때 제 2차 세계대전에 관련된 기록은 오히려 그 전의 전쟁보다 부족함을 밝히고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저자는 기록에 근거해서, 그 기록을 객관적인 위치에서 공정하게 고찰했음을 밝히며,
그러한 과정에서 기존과 다른 해석을 내놓았지만, 그것은 잘잘못을 따지고자하는 것이 아닌, 오직 진실을 알고자 하는 목적이었음을 미리 밝히고 있다.
1920년~1939년의 시기는 전 세계적으로 기존의 국제질서가 무너지고 새로운 질서가 수립되는 과정에서의 엄청난 혼란과 폭력이 분출되는 시기였다. 특히 전 세계에 식민지를 거느린 유럽 강국들의 폭발적인 에너지는 이 책에서 나온 역사적 인물들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전쟁으로 분출될 수 있는 충분한 기본 조건이 되었을 것이다.
제 2차 세계대전의 원인에 대한 고전의 반열에 오른 이 책은 제 2차 세계대전의 원인뿐만 아니라 먼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도 통용되는 국제관계의 적나라한 실체를 보여주는데, 조약과 동맹등은 언제든 파기될 수 있음을,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맹도 없음을, 강대국의 폭주는 누구도 막을 수 없고 약소국의 입지는 누구도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진실을 보여준다.
도스안 :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전쟁배상금 지불에 관한 계획안.
로카르노 조약 : 독일, 프랑스, 벨기에, 영국, 이탈리아가 서유럽의 평화를 상호 보장한 조약(1925).
영안 : 독일의 제1차 세계대전 배상금 지불에 관한 제2차 협상.
런던군축회의 : 군비축소를 논의하고 워싱턴 회담에서 체결되었던 조약들을 재검토하기 위해 런던에서 개최된 회의(1930)
만주사변 : 만주지역 장악을 위한 일본의 군사행동.(1931)
스트레사 회의 : 이탈리아·영국·프랑스가 참석한 국제회의에서 베르사유 협정에 들어 있는 금지조항을 깨고 독일을 재무장시킬 것이라는 히틀러의 선언을 의제로 다루려고 시도했으나 실패.(1935)
대공황(1929~)
아비시니아 사태 : 이탈리아가 아비시니아를 점령하고 셀라시에 황제를 축출
스페인내전 : 스페인내 군부의 쿠데타(1936)
오스트리아 병합 : 독일의 오스트리아 병합(1938)
뮌헨협정 : 체코슬로바키아의 주데텐란트의 독일 병합을 승인하기 위하여 아돌프 히틀러와 네빌 체임벌린, 베니토 무솔리니와 에두아르 달라디에가 합의한 협정(1938)
체코침공 : 독일의 체코 침공(1938)
단치히문제 : 단치히와 회랑을 둘러싼 독일과 폴란드 간의 긴장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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