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핑커는 유대계 캐나다인으로써 언어,인지심리학자이자 하버드 대학의 교수로써 몇권의 학문서적과 대중과학서적을 집필한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이 책의 주제인 '인간의 본성은 타고나는 것인가', 아니면 '후천적으로 습득되는것인가' 라는 질문은 자기 인식에 대한 인류의 오래된 논쟁거리였으며 육아, 교육, 정치적 활동등 사회적인 인간 삶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이슈였다.
이 책에서는 비록 사용 목적은 달랐지만 존 로크에서 유래되어 현재까지 인간의 본성에 대한 가장 주요한 이론이었던 '빈 서판' 이론과, 논리적으로는 독립적이었지만 '빈 서판' 이론과 함께 자주 사용되었던 '고상한 야만인', '기계속의 유령' 이론들이 어떻게 인간 본성의 존재를 부정했는지 보여주고,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이들 이론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인간의 본성이 분명히 존재함을 증명함으로써,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잡힌 시각으로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인식을 가질 것을 요구한다.
'빈 서판'이란 깨끗한 석판이란 뜻으로 라틴어로 'Tabula rasa'라고 하고 영여로는 'Blank Slate'라고 하며 인간이 태어날 때에는 정신적인 어떠한 기제도 미리 갖추지 않고 빈 백지상태이나 출생 이후의 지각활동과 경험에 의해 마음과 지적능력이 형성된다는 개념이다.
'고상한 야만인'이란 루소의 주장에서 유래된 개념으로써 사회 제도의 영항과 교육을 받지 않은 자연상태의 인간은 선하다는 개념이다.
'기계속의 유령'이란 데카르트의 주장에서 유래된 개념으로 인간의 마음은 신체가 가지는 생물학적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심신이원론을 뜻한다.
'빈 서판'은 인종, 인종 집단, 성, 개인들 간의 어떤 차이도 선천적 차이가 아니라 경험상의 차이에서 발생하므로, 육아, 교육, 대중 매체, 사회적 보상을 개혁함으로써 개인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인종 차별, 성 차별, 계급적 편견을 없애고, 어린이나 사회 소외 계층의 처우에 대한 관심을 일깨웠으며, 과거에 없었던 평등 사상을 널리 퍼트리고 모든 인간은 똑같이 존엄하다는 인식을 심어주어 현대의 정치적, 윤리적 신념을 위한 세속적 경전으로써의 기능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에 밝혀진 신경학, 심리학, 유전학등의 과학적 발견은 인간이 선천적 본능을 가지고 태어났음을 증명하고 있고, 인류학과 고인류학의 연구는 선사시대 인류가 지금의 인류보다 평화롭지 않았었다는 점을 밝혀내고 있으며, 신경학, 생물학, 생리학 분야의 연구는 인간의 마음도 생물학적 기제의 산물임을 밝혀내고 있지만, 아직까지 많은 수의 학자들은 이러한 과학적 발견을 수용하기 보다는 기존의 어젠다를 유지하기 위하여 과학적 발견을 왜곡하고 있다.
그로 인하여 '빈 서판' 이론을 부정하고 인간의 선천적인 차이를 말하는 많은 학자들은 인종차별주의자 또는 파시스트로 오인받았고 심지어 유전학, 신경과학, 진화론등은 자유로운 선택이라는 환원 불가능한 세계를 위협하는 학문으로 공격받기도 하였다.
또한 빈 서판 이론을 부정한다는 것은 네 가지의 두려움을 수반함으로써 이 이론에 대한 생존 시간을 연장시키고 있는데,
① 어떤 집단을 차별하는 것을 합리적인 선택으로 만들 수 있다는 불평등에 대한 두려움
② 사악한 인간의 본성이 바뀔 수 없다면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성향이 선천적인 인간의 특성이 되고, 따라서 이것이 불가피하고 좋은 것임을 의미하게 될 수 있다는 인간의 불완전함에 대한 두려움
③ 우리가 우리 자신의 선택을 지배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의 모든 숙고와 번민은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결정론에 대한 두려움
④ 우리가 자신을 복제해 내는 기계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로 인하여 우리의 삶이 목적과 의미를 잃어 버리지 않을까 하는 허무주의의에 대한 두려움이다.
이러한 위협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저자인 스티븐 핑커는 이 책에서 행동유전학, 진화인류학, 진화심리학, 진화생물학, 인지신경학등 현대적인 과학 성과를 바탕으로 인간은 태어나면서 본성이 있음을 입증하고 있으며, '빈 서판' 이론의 폐기에 따르는 다음과 같은 두려움은 과장 왜곡되었다고 주장하며 그에 대한 합리적 근거를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인간본성에 대한 관점에 따라 해당분야의 인식이 크게 바뀔 수 있는 대표적인 사회문제인 정치, 폭력, 성, 어린이, 예술과 인문학 분야에서 인간의 본성을 부인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과학적이고 비논리적인 사례를 제시하면서 이러한 분야에서도 인간의 본성을 인정할때 비로소 진정한 해결책에 더욱 다가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근대이후 삶의 의미와 도덕성 이론의 근거로 강하게 작용했던 '빈 서판' 이론은 현재, 천동설이 갈릴레오의 이론에 의해 오랜 시간에 걸쳐 대체되었듯이 폐기되어가고 있는 과도기이며, 인간의 본성과 도덕 관념도 생물학적 사실에 따라 수정되어야 하고, 인간의 본성은 오랜 기간동안의 자연선택의 결과이자 인류의 목소리임을 우리 모두는 이미 알고 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빈서판 본문중]
진화 생물학은, 생물의 세계에는 복잡한 적응 능력들이 편재하고 자연 선택이 그것들을 진화시키는데 여기에는 복잡한 인지, 행동 적응 능력이 포함된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인지 과학자들은 개별적인 표현과 과정들이 지식의 서로다른 영역에 사용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인간 게놈의 유전자와 비암호화 부위 모두에는 엄청난 양의 정보가 담겨 있고, 그 정보가 복잡한 유기체의 완성을 이끈다.
신경학에서는 뇌의 기본 구조가 유전적 통제 하에 발달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인간 본성에 대한 과학에서 나온 새 개념들이 왜 인간의 가치를 흔들지 않는가를 입증했다. 오히려 인간 본성에 대한 과학은 우리의 도덕적 사고를 더욱 예리하게 하고 도덕적 가치의 기초를 더욱 튼튼히 다지는 기회를 제공한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모든 인간의 특성이 똑같기 때문에 차별이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 인간에게는 선천적으로 폭력과 착취의 성향이 없기 때문에 폭력과 착취가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 행동의 원인이 불가사의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 생물학적 차원에서 우리의 동기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그것이 개인적 차원에서 의미 있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도덕 관념은 공정함, 신분, 순수함이 독특하게 혼합된 결과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려운 도덕적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할 때 있는 그대로의 감정에 의존하는 것은 의심스러운 방법이 될 수 있다.
합리적인 도덕적 입장과 근거 없는 본능적 감정이 다른 점은 전자의 경우 우리의 확신이 타당하다는 이유를 댈 수 있다는 것이다.
빈 서판은 매력적인 관점이었다. 그것은 인종 차별, 성 차별, 계급적 편견을 사실상 무용지물로 만들 것을 약속했다. 그것은 인종 대학살을 부추키는 사고 방식을 가로막는 견고한 보루처럼 보였다. 그것은 예방할 수 있는 사회적 병폐에 대해 성급한 운명론에 빠지지 않고 적극적으로 맞서게 했다. 그것은 어린이, 토착 부족, 하류 계층의 처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일깨웠다. 이렇게 해서 빈 서판은 세속 신앙의 일부가 되었고 우리 시대에 일반적인 품위를 구성하는 요소로 통하게 되었다.
빈 서판은 우리가 진실이기를 희망하고 기원해야 할 어떤 이상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우리의 보편적 인간성, 우리의 선천적 관심사, 우리의 개인적 선호를 부인하는 비인간적 이론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우리의 잠재력을 찬양하는 것 같지만 실은 정반대이다. 우리의 잠재력은 텅 빈 서판의 수동적인 공백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대단히 복잡한 정신적 기능들의 조합적 상호 작용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좋고 나쁜 영향에 상관없이 빈 서판은 뇌 기능을 설명하는 경험적 가설이고 따라서 진위의 관점에서 평가되어야 한다. 마음, 뇌, 유전자, 진화를 연구하는 현대 과학은 빈 서판이 그릇된 이론임을 갈수록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그 결과는 과학과 지식 세계의 품의를 떨어뜨려서라도 빈 서판을 구조하려는 보수적인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들은 객관성과 진리의 가능성을 부인하고, 쟁점을 이분화하고, 사실과 논리를 정치적 입장으로 대체하고 있다.
빈사 상태에 빠진 도그마로부터 인류 보편의 가치를 해방시키면 그 가치의 존재 근거는 더욱 명확해질 뿐이다.
인간 본성을 인정한다는 것은 우리의 개인적 세계관을 전복시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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