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종은 조선의 왕중 다섯번째로 많은 38년 이라는 재위기간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떠오르는 인물이 아니다. 다만 그시기에 무슨 사화가 있었음을 어렴풋하게 기억할 뿐이다.
하지만 중종대는 역사적인 큰 전환점이 있었던 시기였으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조선다운 조선이 되었음을, 즉 성리학에 입각한 의리의 정치와 중국에 대한 사대가 뿌리 깊게 자리잡게 되었던 시기였고, 그러한 변화가 표출된 상징적인 사건이 바로 사화였던 것임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는데
이러한 사실은 조선이라는 정체성 확립과 후대에 끼친 영향만을 본다면 조선시대에서 가장 극적인 시기가 종종때였음을 우리는 알게 된다.
중종이 즉위하기 전 10명의 조선왕중 태조, 정종, 단종, 연산군등 네명이 타의에 의해 권좌에서 물러났고, 이중 두명은 유배지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시기를 고려말까지 확장하면, 공민왕, 우왕, 창왕, 공양왕등 네 명이 모두 타의에 의해 왕좌에서 물러났을 뿐 아니라 전부 살해당했다.
이러한 사실은 15세기 조선의 국왕 자리가 얼마나 불안 했는가를 분명히 보여 주며
반정 세력에 의해 하루아침에 왕이 되었던 조선 11대 국왕인 중종이 느꼈을 두려움과 불안감을 짐작하게 해준다.
공신세력에 눌려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던 중종은 “하국은 상국의 일에 시비하지 않고 사대의 정성을 다 할 뿐“ 이라며 유교 덕목에 기초한 명나라에 대한 극진한 사대로 자신의 정당성을 찾았고
계유정난이나 중종반정등 피로 얼룩진 정치 현실과 교육과 독서로 습득한 유교적 가치의 괴리에서 오는 고민으로 조선의 전체 양반 지식인들, 특히 젊은 유생들의 학문 성향과 정치성향은 유교적 가치를 강조하고 그 실천을 중시하는 추세로 접어들게 된다.
이렇게 조선에서 사대와 유교가 만남으로써 유교 문화와 중화 문물이 합체하여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하게 되고, 상대적으로 더디게 진행된 사회제도나 관습까지 유교화가 급속히 진행된 변곡점이 중종대였음을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훈구세력과 사림세력이 서로 다른 정치적 기반을 가지고 경쟁을 했다는 기존의 학설들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건국 이후 100여 년이 지나도록 반복해 나타난 무력 동원의 권력 투쟁과 폭압 정치를 겪으며 인간의 본분인 의의 실천을 강조하는 유교적 가치를 국내 정치에 적용하려는 사림운동은 특정 집단이나 세력이 아닌 그당시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었음을 증명하고
조선의 유교화, 중국화가 마치 오늘날 우리가 세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듯이 조선의 사대부들도 그들이 처한 국내 환경에서 가장 적절한 세계화를 추구했을 뿐임을 일깨워준다.
조선과 유교
그다지 좋은 인상의 이미지는 아니었던 단어의 역사적 의미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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