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프브라더스, 마크리치앤코, 글렌코어, 비톨, 군보르에너지, 머큐리아, 트라파구라, 카길, 엑스트라타
이런 회사들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위에서 언급한, 우리에게 매우 생소한 일련의 업체들은 국제사회를 무대로 활동하거나 활동했던 원자재 중개 업체다.
원자재 중개 업체는 원자재를 국제적으로 중개한다.
말 그대로 세계 도처에서 원자재를 구입하여 수익을 붙여 다른 나라에 판매한다
하지만 원자재 중개 업체의 사업 방식은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회사의 일반적인 사업 범위를 넘어선다.
'고위험 고수익'이란 말은 우리가 흔히 듣는 이야기이고, 그러한 조건은 원재자 중개 업체가 환영하는 사업 기회이자 아이템이다.
리비아 반군에 연료유를 공급하여 반군이 승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아파르트 헤이트로 금수조치를 받게된 남아공 정부에 석유를 비밀리에 수출하여 정권을 연장시켜 주고
소련 붕괴후 지원이 끊긴 쿠바에 석유등을 공급하여 경제 붕괴를 막고
금수 해제후 이라크산 석유를 싸게 구입한뒤 비자금을 조성하여 이라크 정부에 전달하고
경제위기에 몰린 자마이카에 차관을 제공하고 그 댓가로 헐값에 보크싸이트 광산을 매입하고
쿠르드족이 장악한 유전에서 나오는 원유를 매입하여 쿠르드족이 분리독립에 필요한 자금의 원천이 되어주고
소련이 붕괴된후 엄청난 양의 지하자원을 국제시장으로 유통시키고 신생 러시아에 경제적 기반을 마련해준다
뿐만 아니라
특정 원자재의 생산과 유통을 장악한 후 매점매석을 통해 시세변동을 야기하여 차익을 실현하고
압도적인 정보력과 네트워크로 원재재의 수급 변동을 예측하고 그것을 이용한 차익 거래를 실현한다.
이러한 사업활동들을 통해서 원자재 중개 업체는 천문학적인 기업수익은 물론이고 전세계에, 특히 자원이 많고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국가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비록 기업에 불과하지만 그러한 막강한 힘을 통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역사를 창조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철저하게 은폐되어 있었던 이러한 원자재 중개 업체의 실상을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얼굴 없는 중개자들 본문중]
한마디로 그들에겐 독특한 관점 하나가 보인다. 돈이 되면 어디든 가고, 정치는 당연하고 도덕성도 신경 쓰지 말라는 것이다. 이는 지금도 원자재 중개 산업의 많은 종사자에겐 격언과도 같을 것이다.
물론 거래에서 원자재 중개 업체의 동기는 거의 언제나 경제적 득실에서 나온다. 거래가 합법적이고 수익성이 있다면 업체 대부분은 그것이 정치적으로 바람직한 영향을 미칠지 여부에 대해서는 잠시도 고민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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