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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찮은 독서

[추천도서]프랑스 민중사(제라르 누아리엘)

보통 우리가 역사라고 접하는 사실들은 전쟁, 기근, 혁명 같은 커다란 사회적 위기나 전환점들이다. 
이러한 큰 사건들의 원인은 자연재해를 제외하면 지배층, 즉 엘리트들의 통치행위나 정치적 선택에서 기인된 것인데
그러나 막대한 희생이 따르는 이러한 사건들의 희생자들은 대부분 이름모를 일반 대중, 즉 민중들이다.
 
하지만 희생자들에 대한 역사의 기록은 단편적이다. 민중들에 대하여는 "몇 명이 사망했다"는 식의 숫자로만 역사에 기록되는 반면 엘리트들은 민중들의 희생과는 관계없이 영웅 또는 악인으로 오랫동안 역사로 기억된다.
수천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제 2차 세계대전에서 우리가 히틀러나 스탈린, 처칠과 루즈벨트만을 기억하듯이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민중이다
 
민중은
억압 당하고 수탈 당하고 탄압 받지만
강인한 생명력으로 소멸 하지 않으며

묵묵히 어려움을 참고 견디며 희생하지만
때로는 분노 한다

비천하고 나약해 보이지만
때로는 엘리트들을 벌벌 떨게 만든다

언제나 실패 하는 것 같지만
결국은 성공한다

 
 
봉건제가 쇠퇴하고 왕권이 강화되어 프랑스 라는 정체성이 형성 된 15세기부터 마크롱이 집권하고 있는 현재까지의 민중들의 이야기를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데 

특히 이 책의 주인공인 프랑스 민중은 특히 강하다.
 
국가권력에 의해 무참하게 진압될것을 예상하면서도
부당한 사회질서와 수탈에 분연히 떨쳐 일어나 저항한 수많았던 농민반란

부당한 사회질서를 바꾸고자 저항했었던 세 번의 프랑스 혁명 그리고 실패한 몇 번의 봉기

비인간적이고 잔인한 자본주의 착취에 단합하여 대항하였던 수 많았던 노동자 투쟁

권위적이었던 기존의 질서에 격렬히 저항했던 학생과 노동자들이 일으켰던 68운동까지

그 어느 나라보다 적극적으로 저항하고 행동으로 보여준 민중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회구조와 변화, 언론의 사유화, 실업율 상승, 기술발전과 자본의 유연화, 노동자들의 계급화, 정보화로 인한 직원통제 도구 증가, 학벌의 대물림, 민중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로

사회의 부당함에 함께 분노했던 과거의 민중을 이제는 더이상 보기 힘들다. 민중은 흩어졌다.  
부당한 권력에 항의하던 단합된 민중은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다.

자신이 속한 최상위 계층을 대변하는 정책인 부자감세, 사회보장 서비스 축소, 고용 유연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격, 불평등한 언론지형 심화등 마크롱의 우파 정책은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과 민주주의 정치 시스템을 공유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똑같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저자는 비슷한 정책으로 점점 닮아가고 있는 정당들이 오히려 정책적으로 선명한 차이를 두어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민중들은 유일한 무기인 집단행동과 연대를 통한 단합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집단 행동과 정치권에 대한 압력만이
부의 축적속도를 지속적으로 높여가는 지배계층,
혁명을 겪느니 전쟁을 택하겠다는,
즉 기득권을 빼앗기느니 다수의 민중을 죽음으로 몰아넣겠다는 지배계층의
양보를 얻어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말하고 있다.

 
 
 
  
[프랑스 민중사 본문중]
죽음을 불사하고 무자비한 권력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강력한 집단적 믿음으로 민중이 뭉쳐야 한다는 것을 역사는 보여준다.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이런 종류의 불씨는 결코 민중 계급에서 시작되지 않으며, 그러한 믿음을 합리화하는 능력을 가진 계층, 즉 지식인 층에서 발생한다.
 
권력이 아무리 절대적 힘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최소한 지배를 받는 백성의 일부라도 지지를 보낼 때 비로소 그 권력이 제대로 행사될 수 있다.
 
1848년 초, 19세기 혁명의 특징적이며 상징적인 지배 형태가 나타났다. 기존의 지배 세력을 뒤엎기 위해 민중의 물리력이 필요할 때마다 기존 권력층의 경쟁적 대립세력은 소외 계층의 인정 욕구를 교묘히 이용해 그들을 동원하곤 했다. 
 
민중은 비록 패배할지라도 여전희 역사의 흐름에 영향을 미친다. 투쟁의 흔적은 반드시 남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모든 도시 정책은 결국 서민층을 도시 외곽으로 몰아내는데 맞추어져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함께 살려는 의지는 대혁명 이후 프랑스 시민으로서의 주요 자격이었던 조국에 대한 충성심을 대체할만한 조건이 되었다.
 
정복자가 자청해서 자신의 권력을 포기하는 법은 없는 법이라, 그렇게 되기까지 한세기에 걸친 처절한 투쟁이 필요했다.
 
좌파의 선거 승리와 집단 파업 후에야 노동자의 요구가 관철될 수 있었다는 사실은 대중에게 오로지 집단 행동과 정치권에 대한 압력만이 부유층의 양보를 얻어낼 수 있는 방법이라는 확신을 갖게 만들었다.
 
사회문제와 국가문제가 경쟁 상태에 놓이고, 상황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할 때 승자는 언제난 국가이다.
 
임시직의 급속한 증가는 차치하고라도 기업들은 일자리 제공을 무기 삼아 채용 조건도 까다롭게 강화했다. 덜 고분고분해 보이거나 능력이 처져 보이는 지원자를 배제하기 위해 업무 부적격자 개념이 도입되었다.
 
노동운동이 쇠퇴하자 민중 계급을 대변해줄 사람들도 거의 사라졌다. 오늘날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통로는 명성과 부를 거머쥔 운동선수, 가수, 배우들이 거의 유일하다.
 
현재로서는 집단행동과 연대만이 고난에서 벗어나 언젠가는 자기 자신을 타자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줄 최선의 무기이다.
 
에마뉘엘 마크롱은 자신의 친부자 정책이 경제 성장을 이끌고 불평등을 해소하고 실업을 해소함으로써 종국에는 민중 계급에도 이득이 되리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낙수 경제 이론이 실시되었던 그 어느 나라에서도 이러한 가설은 실현되지 않았다.
 
좌우를 뒤섞고 타협을 권장하는 대신, 정당간에 선명한 차이를 둠으로써 민중이 정체성이라는 기이한 허상에서 벗어나 어느 쪽이 자신의 계급적 이익을 실현하는데 유리한지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