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국방예산은 이 책의 집필당시인 2009년 기준으로 그 다음순위 18개 국가의 국방예산을 합친 것보다 많은 액수이고 2022년 현재에도 미국의 국방예산은 전세계에서 압도적으로 높아 중국의 3배, 러시아의 12배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이렇게 막대한 국방비를 지출하고 세계의 경찰국가가 된 계기가 한국전쟁이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많이 있다.
애치슨은 한국전쟁을 "발발하여 우리를 구한 위기" 라고 하였다. 한국전쟁은 미국의 세계적 영향력의 근간이었던 엄청난 해외 군사기지 체계를 정착시키고 이 군사기지에 장비를 공급할 군산복합체의 동인이 되었고, 향후 베트남, 니카라과, 이라크 등지에서 벌였던 미국의 군사작전의 결정을 지배하였기 때문이다.
미국의 국방정책에 이렇게 막대한 영향을 끼친, 미국에서는 잊혀진 전쟁이라 불리운 한국전쟁은 왜 발생하게 된 것일까?
만철(남만주철도주식회사)의 선로를 스스로 파괴하고 이를 명분으로 만주를 침략하여 만주에 일본의 괴뢰 정부를 세운 1932년의 만주사변.
당시 만주지역에는 상당한 규모로 존재하던 유격부대와 비밀결사, 산적무리들이 있었고 이들중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했던 한국인들이 있었다.
반대로 일본은 자신들과 협력하여 이 저항 세력을 분쇄할 또다른 소수의 한국인들을 찾아내었다.
이때 시작된 두 세력간의 대결은 내전의 시작이었다.
1945년 일본은 패망 했지만 내전의 대치는 남과 북으로 그대로 재현되고 결국 한국전쟁으로 폭발한다.
저자는 1930년대 만주 지역에서 있었던 이 두 부류의 한국인들의 충돌이 한국전쟁의 출발점이라고 말하고 있다. 항일국가라는 국가적 정체성을 가진 북한 사람들에게 있어서 한국인 매국노들은 일본인보다 더욱 척결해야할 철천지 원수였고, 따라서 미군정에 의해 기용된 친일 인사들로 이루어진 한국의 엘리트 집단들에 대하여 가졌던 그들의 생각을 짐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남쪽에서 권력을 유지하게된 많은 친일 엘리트들 또한 비슷한 생각이었을 것이고, 바로 이러한 지점은 한국전쟁에서 수많은 민간인이 이념에 의해 희생되게 된 결과일 것이다.
일본이 항복하기 직전인 1945년 8월 12일 미군은 한국을 38도 선으로 분할하기로 결정하고, 소련은 이를 수용한다. 그리고 두 강국이 자신의 이익과 세계관에 적합한 국내 세력을 지원하고, 이들 세력의 양쪽의 권력을 장악하면서 서로에 대한 적개심은 높아만가게 되고 38선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군사적 충돌은 긴장을 고조시켰다.
1950년 6월 북한의 전면적인 남침을 시작으로 전선이 남북으로 크게 출렁이는 동안 서로에 대한 적개심은 수 많은 민간인 학살의 원인이 되었고, 전쟁기간중 양 당사자와 미군의 폭격에 의해 희생된 수많은 민간인 사망자는 이백만명으로 추정된다.
태평양 전쟁의 전범국이면서, 세계 최초이자 유일하게 핵무기 공격을 받은 일본인의 전쟁 사망자는 민간인을 포함하여 260만명이다.
하지만 한국 전쟁의 사망자는 남북을 합하여 400만명에 이르고 이중 50%가 넘는 민간인 비율은 이전과 이후 어느 전쟁보다 높았다.
한국전쟁기간 맥아더는 북측 지역을 사막화하겠다고 공연하였고 미공군은 총 1,040,708회 출격하여 남북을 가리지 않고 적이 있다고 예상되는 지역에 대하여 조종사의 자의적 판단만으로 폭격하였고, 폭격에 사용된 폭탄의 양은 2차 세계대전중의 폭탄 투여량을 상회한다.
미군과 유엔군 중국군의 개입으로 현재의 휴전선 근처에서 고착된 전선은 무려 2년여간의 휴전회담을 거쳐 현재의 휴전 상태가 되었고 7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전쟁이 중단된 상태로 살고 있다.
반면, 한국전쟁의 근본적 원인 제공자인 일본은 한국전쟁으로 인하여 일본의 미군정이 조기종식되었고, 일본의 중공업에 가해졌던 제약이 조기에 제거되어 이후 일본의 경제성장의 조건이 마련되었으며, 일본 산업의 부흥을 강력하게 촉진하였다.
그럼에도 한국전쟁에서 벌어졌던 이러한 수많은 사실들을 우리는 제대로 알지 못한다.
이렇게 파괴적이고 끔찍한 전쟁이 있었고 그 전쟁은 지금도 진행형인데도 우리는 거의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희망적인 메세지를 전달한다. 처절한 자기인식과 과거에 적이었던 자들을 이해할 수 있는 태도를 통해서, 모든 고통의 책임을 어느 한편에 돌리지 않고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화해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남북의 최근의 행보와 긴장관계를 보면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자세가 70년전과 달라진 모습을 찾기 어렵다.
또한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 또한 70년전과 지금이 놀랍도록 유사하다.
냉전의 종식에도 불구하고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유일하게 분단국가로 그리고 휴전상태로 남아있는 우리가 또다시 원치않는 전쟁의 재발을 방지하려면 먼저 70년 전에 일어난 일들을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 점에서 이 책은 그동안 한국전쟁에 대한 우리의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역사인식의 전환을 도와주는 책이다.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 본문중]
아베는 1급 전범이자 전후에 총리를 지낸 기시 노부스케의 손자이다. 아소 다로는 탄광을 소유한 부자의 상속자인데, 그의 가족회사는 전쟁중에 수많은 한국인에게 강제노동을 시켰으며, 잔인함과 끔찍한 노동조건으로 악명이 높았다. 북한이 세습 공산주의의 면모를 지녔다면, 전후 일본은 세습 민주주의이다. 의원들은 70~80%가 이버지로부터 의석을 물려받았거나 유명한 정치 가문 출신이었다. 일본에서 아베나 아소 같은 사람이 권자에 오르면, 북한 지도부는 다른 이들은 모르거나 잊어버린 그들의 가계를 기억한다.
수십 년 동안 남한 종보기관은 김일성이 남의 이름을 사칭했다는, 한국의 유명한 애국자의 이름을 빼앗은 소련의 꼭두각시라는 정보를 퍼뜨렸다. 이렇게 연막작전을 펼친 진짜 이유는 너무나 많은 자국 지도자들이 일본을 섬겼다는 슬픈 진실에 있었다.
나가사키에 핵폭탄이 투하된 다음 날 당시 육군부에서 일했던 존 매클로이는 딘 러스크와 찰스 본스틸을 옆방으로 불러, 일본군의 항복을 받아들인 뒤 한국을 어디에서 분할해야 할지를 물었다. 이들은 위도 38도선을 선택했다. 미국은 그렇게 결정을 내리면서 한국인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강국과도 협의하지 않았다. 이 고도로 정치적인 분할은 일본군 병사들이 중국과 북부 베트남에서 장제스에게 항복하도록 했고, 결국 동아시아의 냉전적 분할에서 첫 번째 결정적인 행위가 되었다. 소련은 8월 8일 한국의 북부에 진입했고 남쪽으로 밀고 내려왔지만, 38도선 분할을 논평이나 서면 합의 없이 조용히 수용했다.
남한에서 이루어진 여러 조사의 목적은 책임을 묻거나 냉전의 싸움을 다시 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과 남한 사이의 화해를 도모하고 과거에 적이었던 자들을 이해할 수 있는 인식과 태도를 얻는 것이었다. 이해란 공감이 아니고 감정이입도 아니며, 단지 적의 행동을 이끈 원칙들을 이해하는 것을 말한다. 그 원칙들이 용납하기 어렵다고 해도, 역사적으로 그 적에게 일어난 일에 관한 나의 지식과 크게 상충되더라고 상관없다. 결국 20세기에 일본이 한국을 점령한 이후의 그 모든 피와 고통의 책임을 어느 한 편에 돌리는 것은 지극히 복잡하고 냉혹하고 심히 잔인한 역사를 이데올로기라는 바늘구멍을 통해 보는 것이다.
태평양 전쟁은 1931년에 시작해서 1945년에 끝났다. 한국전쟁은 1945년에 시작했고 비록 전투는 1953년에 멈췄지만 결코 끝나지 않았다. 1931~2년에 시작한 북한과 일본의 전쟁도 끝나지 않았다. 남한은 1965년에 일본과 관계를 정상화햇찌만, 북한과 일본은 여러 차례 협상이 실패하면서 관계를 정상화하지도 화해하지도 못했다. 그러므로 북한의 시각에서 보면 어느 전쟁도 종결되지 않았다. 두 전쟁 모두 적절한 해결에 이르지 못했다. 그렇지만 일본과 한국의 여러 역사책들은 이 충돌의 시작을 1931년과 1945년으로 잡고 있으며, 역사에 집착하는 북한은 현재를 오랫동안 잊혔던 1932년 3월의 그 첫날과 직접 연결한다. 지독한 전쟁을 치른 자들은 그 전쟁이 언제 시작해서 언제 끝나는지 훨씬 더 잘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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