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도서]러일전쟁/기원과 개전(와다 하루키)


500여년에 걸친 러시아의 극적인 세력확장은 19세기 중후반 동쪽 끝인 극동의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닿게 되고
그때부터 동아시아는 한국을 둘러싼 중국, 일본, 러시아 3개 강대국의 각축전이 펼쳐진다.
조선 시대부터 한국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던 청나라는 청일전쟁 패배로 인한 시모노세키 조약으로 한국에 대한 종주권을 상실했고
그 빈자리를 일본이 차지하게 된 일본은 한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외교, 경제적으로 종속화시키는 과정을 진행시키는데,
하지만 민비 시해와 신변에 위협을 느끼던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하면서 한국에서 러시아와 일본은 세력은 균형을 이루며 서로 견제하게 된다.
한편 극동까지 진출한 러시아를 강대국으로 인정하면서 조심스럽게 대하던 일본은
청일전쟁 이후 획득한 요동반도를 삼국간섭으로 빼앗기게 되면서 러시아에 대한 분노와 경계심을 강화하게 되지만
그럼에도 러시아와의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고 협상을 통하여 동아시아의 세력권을 나누려고 시도한다.
하지만 의화단 사건을 계기로 러시아가 청나라의 만주와 뤼순을 점령하자,
자국의 생존문제로 간주하고 강경한 태도로 전환하게 되는데,
1902년 영일동맹의 체결로 국제적으로 뒷배를 확보한 일본은 러시아와의 세력 분할에 대한 협상이 지지부진 하자
마침내 러시아와의 무력충돌을 결심하게 된다.
반면 만주와 뤼순을 점령한 러시아는
고조되는 일본과의 긴장증대와, 일본에 대하여 객관적인 전력의 열세를 알고 있음에도
우유부단한 황제, 전쟁에서 일본을 이길 것이라는 근거없는 자신감, 고위관료들의 의견 불일치, 적국에 대한 정보 부족이 겹치면서 일본의 공격을 예상하지 못하고 기습공격을 받게 되는데
러일전쟁을 일본의 팽창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계기이자,
동아시아 근현대사의 중대한 전환점
그리고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게되는 결정적 사건으로 분석하는 저자는
한국, 일본, 러시아, 영국등 다양한 국가의 방대한 자료를 분석하여
일본과 러시아가 전쟁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매우 상세하고 객관적으로 보여준다.
일본의 러시아에 대한 태도 변화의 과정과 계기,
적국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전쟁을 결심하고 전쟁의 길로 차근차근 나아가는 일본
반면에 일관된 정책 부재와, 지도층의 무능이 합쳐진 러시아의 모습은
전쟁의 승패를 미리 예견할 수 있게 해주며
특히 만주와 한반도에서의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일본과 러시아와의 밀고 당기는 외교 협상과정
각국 외교관들의 치열한 정보수집 과정과 내용
조선에서 고종황제의 외교적 노력과 내부적 정치상황
이미 보호국 또는 속국인양 철저하게 조선을 무시하는 일본의 태도
한반도에서 러시아의 세력을 축출하면서 한일병합이 이루어졌다는 사실
한반도를 바라보는 러, 일의 시각은 이 책에서 알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정보이자 교훈이다.
괜히 지도를 한번 보게 된다.
러시아 중국 일본의 급소를 노릴 수 있는 절묘한 위치에 있는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중요성은 그 당시와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강력한 자주국방과 지혜로운 외교가 병행되어야 함도 그 당시와 달라진 것은 없을 것이다.